*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6탄이다.
이 시리즈를 조금씩 꾸준히 읽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취향에 맞는 작품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다.
고전 추리를 읽다 보면 느린 전개 때문에 생각보다 속도감 없게 읽게 된다.
이 작품도 그런데 천천히 읽다 보면 섬세하게 풀어놓은 감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감정들 속에 벌어지는 사건은 숨겨지고 가려진다.
하지만 이 감춰진 사실은 50년이란 긴 세월을 뚫고 튀어나온다.
그 첫 시작은 교회 묘지에서 마주한 두 노부인과 화려한 화환에 대한 호기심이다.
노부인들을 본 그날 오후,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목사관 응접실에 모인다.
매주 화려한 화환을 무덤 앞에 내려놓는다는 사실과 함께 불행했던 그 집안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야기의 화자는 목사 부인이자 그 당시 그 집안의 언니였던 린디의 친구 루시의 딸이다.
목사 부인은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가십처럼 남편 등에게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말렛 경정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다.
먼저 목사 부인은 이 집안의 구성원과 그때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아버지 드 볼터 씨는 아시아에서 아내를 잃고 돌아와 열심히 일하는 중년이다.
아들 레너드는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동창 존과 함께 집에 자주 왔다.
존은 언니인 린디와 약혼한 사이지만 동생 애런과 밀애를 즐긴다.
이 상황만 보면 막장 드라마 같은 설정이지만 여기에 변수가 생긴다.
변수의 시작은 드 볼터 씨가 딸들의 지식 수준에 불만을 품으면서부터다.
딸들의 가정교사를 추천받는데 그녀가 바로 메리 데이질이다.
드 볼터 씨는 직접 메리를 마중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간다.
역에 내린 그녀를 보고 처음에는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얼굴을 본 후 바뀐다.
그녀를 소개한 부인에 의하면 그녀의 엄마는 난봉꾼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다.
메리는 대단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차가운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녀가 풍기는 인상에 대한 것 중 하나가 하녀의 경험담을 통해 나온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루시를 비롯한 딸들의 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다.
메리가 가르치는 방식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고 아버지가 그녀에게 빠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작가는 드 볼터 씨와 메리의 결혼으로 생길 문제점들을 하나씩 알려준다.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은 메리를 생각하면 이들은 모두 집을 떠나야 한다.
린디와 약혼한 존도 그녀가 받을 유산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사라질 위기다.
두 자매를 농락하던 그의 실체를 알아챈 사람은 오빠 레너드도 있지만 그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읽으면서 뭐지? 하는 의문이 수시로 생긴다.
이 의문은 레너드가 메리를 유혹하는 장면과 이어지면서 더욱 심해진다.
아들의 도발, 메리에게 빠진 존, 존을 사랑하는 애런, 이들을 지켜보는 루시.
그리고 레너드가 죽기 전에 했던 말과 행동들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이때 루시는 사건 조사관처럼 현장을 조사하고, 자신만의 추리를 진행한다.
그녀의 주장은 가족과 경찰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이 사건을 읽다 보면 누가 범인일까? 하고 추리할 수밖에 없다.
나의 시선에 가장 먼저 걸린 인물은 불행하게도 아니었다.
자살과 사고사로 처리된 드 볼터 부자의 사인은 마지막에 밝혀진다.
이 과정에 서로 얽힌 관계들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널어 놓는다.
그 시대의 풍경과 허술했던 초등 수사 등에 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부유한 집안의 비극은 50년 동안 동네의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였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 당시의 상황과 장면들이 새롭게 해석된다.
고전 미스터리를 즐긴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