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집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아마 먹고 자는 곳이자 사는 곳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그 집에 수많은 추억과 기억과 사연이 담기게 된다. 이전부터 적지 않은 이사를 하면서 자란 나이기에 특별히 엄청난 애착을 가진 집이 없었지만 얼마 전에 살았던 빌라와 지금 부모님이 사시는 집은 약간 특별하다. 그 특별함의 가장 큰 이유는 긴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소설은 집에 대한 이야기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약간은 황당하다. 중요한 두 화자 중 한 명인 리오가 자신의 생일날 자신보다 가정을 택한 불륜대상이자 직장상사에 화가나 비계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면서부터다. 이때 만난 비계공에게 반하고 자신의 또 다른 삶을 설계한다. 또 다른 화자인 사토코는 남편의 부정으로 이혼하고 대신 건설회사 사장에 앉게 되는데 의욕보다 그냥 떠밀려 사장 행세를 한다. 힘들고 지겹고 짜증나기도 한다. 이런 두 화자가 만들어내는 건설현장과 집에 대한 이야기가 예상한 이상의 재미와 속도감을 준다.

 

코믹함이나 행복한 일로 가득한 소설로 처음에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회사 운영이나 현장소장에 대한 대목을 보다보면 그 현실감이 더욱 절실해지고, 리오가 느끼는 일에 대한 열정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즐거워진다. 그녀를 건설현장으로 이끈 비계공과의 지지부진한 관계를 보면 약간 아쉽고 안타깝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하다. 그녀가 보여주는 열정과 활기가 읽는 나에게까지 전달된다.

 

사장이자 아가씨로 불리는 사토코의 시선에서 본 회사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힘겹고 무겁다. 적자가 누적되고, 세무사는 폐업을 말하는 사항에 관련업체는 합병을 제안한다.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폐업이 가장 쉽지만 직원들을 생각하면 합병이 유리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쌓여있는 기억과 관계들은 쉽게 이를 떨쳐내지 못하게 한다. 이 고민들과 상황이 현실감을 부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힘겨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이 보기엔 대를 이은 사장으로 편안해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돈 많고 아무 걱정 없는 좋은 회사에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귀여운 표지와 책 소개 덕분에 가볍고 바뀐 직업으로 성공하는 여자 이야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간결하고 군살 없는 진행과 조그만 건설회사 이야기는 현실성을 높였고, 빠른 진행과 화려하지 않은 문장은 속도감을 높였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품어내는 이야기는 읽는 나를 따뜻하게 만들고, 집에 대한 애정은 다시 이전에 살았던,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생각으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알게 모르게 빠져들어 끝까지 쉼 없이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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