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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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출간된 책이다.

2013년에 번역된 적이 있고, 이번에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모두 여덟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두 장은 학생이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을 좋아하는데 이 단편집도 취향과 맞다.

임시직 교사가 보여주는 놀라운 추리력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읽으면서 한때 즐겨보던 일본 드라마의 기억도 조금씩 떠올랐다.

그의 데뷔작이 <방과 후>인 걸 떠올리면 조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양한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는 소품 미스터리의 재미를 잘 보여준다.


비정근은 비정한 근무자란 의미인데 주인공은 비상근 교사다.

먹고 살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기간제 교사를 한다.

그의 첫 근무 학교는 기존 담임의 출산 휴가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첫 출근,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최소한의 일만 하자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의 이런 생각은 체육관에서 발견된 시체 때문에 바뀐다.

<6X3>은 시체가 남겨진 곳에 있던 보드에 적힌 다잉메시지다.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은 크게 없지만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은 이것의 의미를 풀어낸다.

그리고 학교가 안고 있는 왕따에 대한 문제점도 그대로 말한다.

사건 해결의 단서로 바로 이 문제를 통해서 풀렸다.


<1/64>은 반에서 지갑이 사라진 것과 아이들이 몰래 말한 확률이 연결되어 있다.

체육 시간에 사라진 지갑, 반 아이들은 모두 밖에 있었다.

다른 반에서도 이 시간에 나간 학생이 없다.

주인공은 아이들의 행동과 다툼을 통해 사실에 접근한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담임이지만 그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10X5+5+1>은 석연치 않게 죽은 담임 대신 단기로 부임했다.

3층 교실 밖으로 떨어져 죽었는데 자살로 처리되었지만 수상하다.

학급 칠판에 남겨진 수식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이 궁금점을 풀기 위해 그의 조사는 아이들의 반응과 연결해서 해결된다.

죽은 모리모토 선생을 나쁜 쪽으로 해석한 나를 반성한다.


<몰 콘>은 우연히 다른 아파트에서 나오는 반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아파트 베란다에 올라선 여학생을 본다.

주변에 있던 트럭을 이용해 추락사를 방지하는데 대단한 실행력이다.

반 친구들과 특별한 문제가 없던 그녀가 자살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악의적인 장난이 어우러진 사고다.

<무토타토>는 수학여행을 중지하라는 협박 메시지를 다룬다.

수학여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끔찍한 협박이다.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글자를 오려 보낸 메시지와 전화는 무시할 수 없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드러나는 아이들의 마음은 <몰 콘>과 닮아 있다.

도망쳐서 해결될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란 말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신의 물>은 반 아이가 마신 물에서 비소가 나온 사건을 다룬다.

누가 그 아이의 책상에 생수병을 넣어둔 것일까?

생수병에 찍힌 지문을 통해 만진 아이들을 찾아내지만 해결의 정답은 아니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행동, 작은 소동이 엮여 사실이 드러난다.

사소한 것이 쌓여 큰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은 섬뜩하고 잠시 나를 돌아보게 한다.

히든 트랙으로 나온 류타 이야기 두 편은 소년 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방화범을 찾아내고, 기이한 전화의 진실도 밝혀낸다.

이 과정에 소년의 자잘한 행동과 마음은 웃게 하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게 한다.

번역 과정에 사라진 제목과 숫자의 관계는 다시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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