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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가는 것들
김나영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평점 :
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출간된 책도 이 책 포함 딱 두 권이다.
2021년에 출간된 책도 단편 소설집이었다.
작가 후기를 보면 3년 동안 9편을 썼다고 했는데 6편을 추렸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다.
각각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 풀어낸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문 교사란 이력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머지 세 편에서 분위기가 바뀌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작가의 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코로나19 시절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임대아파트 아이 현우와 아빠의 실직으로 집안이 힘들어진 성찬.
운동장에서 놀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학원 가야 하는 친구들 때문에 같이 놀 수 없다.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집안의 분위기는 결코 화목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아이 둘이 느끼는 집안 분위기와 빨리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은 씁쓸하다.
<잃어 가는 것들>은 학교에서 학부모들 때문에 점점 잃어가는 교권을 돌아보게 한다.
한때는 교권보다 인권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선생들의 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의 부모가 담임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열정과 의지가 꺾여 가는 한 선생님과 작은 희망을 찾은 선생님의 마지막은 인상적이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학교 담임에게 성직 같은 소리를 하지 않는 사회를 생각한다.
<Nineteen’s Kitsch>는 아이돌 아이브의 <Kitsch>의 가사 일부분이다.
처음에는 누구의 가사인지 몰랐지만 작년에 많이 들은 음악이라 알 수 있었다.
지도교사를 하는 엄마는 연락되지 않는 딸을 찾아다닌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이 가진 일반적인 엄마의 모습과 불안, 차별의식을 발견한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딸이 느끼는 취미의 비중은 각성의 계기가 된다.
약간 비현실적인 마무리이지만 어쩌면 이런 엄마가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불을 찾아서>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다.
선덕여왕을 사모한 지귀 설화를 소방관과 연결해서 풀어낸다.
화자는 가장 위험한 순간 인명 구조를 위해 화재 현장 속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한 여성을 구하는데 그녀가 자신을 지귀라고 말한다.
그녀의 지독한 사랑, 그녀를 그리워하는 소방관.
앞의 세 편과 다른 분위기라서 조금 놀랐지만 재밌게 읽었고, 장편 개작을 기대해본다.
<소행성의 기원>은 학창 시절 학폭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돌아본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탑3에 들어간 화자에 대해 달린 학폭 게시글.
피해자인 태훈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자기변론적인 회상.
후배이자 로드매니저를 대하는 태도와 물음에 대한 물음이 많은 것을 은연중에 알려준다.
<쿠키영상>은 묘하게 이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다.
둘 모두 자살과 사고로 동생을 잃었고, 죽지 못해 살아간다.
정신과 의사인 나와 출장 수리기사인 그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병원 수리로 만났지만 좀비 영화를 보면서 조금 가까워진 둘.
그의 동생이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란 것과 이 때문에 받는 시선과 고통은 간결하지만 잘 표현되어 있다.
살고자 하는 욕구, 이것을 위해 보는 좀비 영화. 불안을 잠식하는 둘의 연대.
이 거리와 담백함, 잊지 않고 있던 열정 등이 멋지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