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의 은밀한 거래 - The Secret World Of FIFA
앤드류 제닝스 지음, 조건호.최보윤 옮김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다. 하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엄청난 거액이 오고가는 그 속에 이렇게 악취가 나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해외 단신이나 국내 기사 속에서 가끔 접하기는 했지만 피파라는 조직이 이렇게 거대하고 부패한 조직일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그리고 그 총수인 블래터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하기까지 한다.

 

이 책의 시작은 한 시기의 변화부터이다. 피파 회장이던 영국의 스탠 경이 아벨란제에게 패해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시작한다.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이는 아디다스의 총수 다슬러다. 기업과 거대조직의 만남. 여기서 부패와 비극이 시작한다. 기업은 자신들의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야심가는 더 높은 지위와 부를 위해 기꺼이 타락한다. 이렇게 시작한 밀월은 축구시장의 확대와 상업화로 더욱 규모가 커지게 된다.

 

우리도 이미 박찬호를 통한 메이저리그의 상업화에 당한 적이 있음을 생각하면 피파가 벌이는 전 세계적 규모의 사업은 엄청나다. 며칠 전 한국축구협회가 스폰서 계약 등으로 수백억을 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더욱 거대한 피파라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천억 이상의 금액이 오고 가고, 그 거래의 대가는 회장과 그 회장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금액이 엄청나다는 것만 알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도대체 얼마나 이익을 챙기는 것일까? 회장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공식적으로 블래터의 연봉에 대해 발표된 것은 없다. 왜 그럴까? 기자가 추정하기론 1-2천만 불 정도라고 한다. 대기업 총수도 아니고 한 조직의 협회장이 받는 연봉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그가 사는 집이나 그와 가족이 다니는 여행 등의 모든 경비가 피파에서 지급된다. 월드컵이나 국제경기대회에 공짜로 가서 자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회장만의 특권이 아닌 피파 위원들 모두가 누리는 특권이다. 더불어 하루 500불의 경비까지 말이다. 물론 영수증은 필요 없다.

 

단순히 회장 한 명의 부패라면 보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가 그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필요하다. 잭 워너, 테세이라, 빈 함만, 블레이드 등등 수많은 국가의 피파 위원들이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대부분이 그 나라의 협회로부터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비난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엄청난 비리와 확실한 정보가 제공되지만 피파는 그들을 비호할 뿐이다. 왜 가재는 게편이니까! 감히 그들을 몰아낼 자신도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어린 축구선수들은 축구대회 출전까지 원천봉쇄 당하지 않았는가? 피파가 가진 엄청난 힘이 한 국가의 염원이나 꿈을 간단하게 짓밟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현재 피파 가맹국가 수는 UN보다 많다고 한다. 점점 커져가는 상업화와 미디어의 이미지 전략 등에 의해 축구에 대한 시장은 확대되고 성장한다. 회장 일인에게 엄청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피파라는 거대단체는 수많은 이권을 낳고, 엄청난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엔 다른 나라의 경기일 뿐인 유럽리그에 자국선수 몇 명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열광한다. 그렇게 해서 엄청난 돈이 피파와 관련조직에 흘러들어간다. 수십억, 수백억의 중계계약과 초상권, 국제 친선경기 등등의 이벤트로 그 부피를 키워간다.

 

나 자신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케이블 등에 나오는 축구경기를 본다. 빅 매치라 불리는 것을 보다보면 한국축구와는 다른 수준에 놀라기도 한다. 한국축구선수보다 외국 유명선수 이름에 더 열광하고, 더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열광적이지 않은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나? 외국의 유명 축구단이나 국가대표를 불러 경기를 한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데리고 올까? 여기에 또 수많은 돈이 오고 가는 것이다. 기업은 광고를 위해 협회에 돈을 뿌리고, 이에 대신 받은 입장권을 기업은 접대 등에 이 표를 뿌린다. 정작 팬들은 그 높은 가격에 경기장에 입장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우리 같이 국가대항전이 아닌 경우 시청률이나 관객 호응도가 떨어지는 나라가 이 정도라면 축구에 죽고 사는 다른 나라라면 어떻겠나? 정말 빚까지 내면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때 표는 당연히 축구협회의 높으신 분의 공짜표로 수없이 많이 깔린다. 월드컵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피파라는 조직의 실체를 알게 도와주는 책이다. 엄청난 비리와 부패와 파워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블래터 회장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임을 느낀다. 멀리 갈 것 없이 대한축구협회라고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수없이 언론에 나왔고, 사람들에게 말해지고 있다. 한 조직이 거대해지고 엄청난 돈이 오가면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신이라도 된 것일까? 연도별이나 사건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조금 혼란스러운 구성으로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놀라운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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