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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정구복 외 지음 / 북오션 / 2024년 8월
평점 :
네 명의 작가가 다른 시각으로 아이돌의 세계를 그려낸 앤솔로지다.
현재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가장 바라는 희망 직업이 아이돌이다.
실제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도 힘들지만 연습생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에 연습생 심사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기획사 연습생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데뷔하는 것도 아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데뷔조에 뽑혀도 다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본 연습생 데뷔조의 마지막 선발 무대는 대단했다.
이 단편들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듣고 보고한 것들이 엮여 돌아갔다.
정구복의 <지우의 봄>은 갑자기 떠난 친구 봄이 다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지우와 봄은 함께 춤을 추면서 댄서를 꿈꾸며 우정을 나누던 친구였다.
봄의 엄마가 재혼해 홍콩으로 갑자기 떠나면서 지우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
다시 나타난 봄은 지우와 관계를 복원하려고 하지만 지우는 봄을 밀어낸다.
이런 둘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시 가까워진다.
그 사이사이에 지우 아버지에게 생긴 사고 등의 가정사도 흘러나온다.
아이돌로 나타난 봄, 그런 봄을 지켜보는 지우.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작가가 의도적인 언어유희로 서로 다른 둘의 미래를 그렸다.
천지윤의 <별이 되는 그날까지>는 쌍둥이 형제의 아이돌 도전기다.
시호와 태호는 방송을 보다가 아이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춤과 노래를 가르쳐주는 곳에 등록해 열심히 연습하다 방송국 아이돌 대회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쌍둥이란 것을 내세워 트윈스라 부르면서 열심히 노력해 2등까지 한다.
그리고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되면서 아이돌 데뷔를 꿈꾼다.
작가는 이야기 진행 단계마다 장을 나누고 작은 제목을 붙였다.
시호는 탁월한 춤과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고, 태호는 조금 느리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성적은 차이가 나고, 어느 순간 둘의 선택이 갈라진다.
이 소설의 재미난 부분은 바로 이 선택과 열정이다.
최하나의 <스위치>는 현역 아이돌 한여름이 전학오면서 시작한다.
윤서가 다니는 학교는 입시 명문 고등학교로 아이돌이 올만한 곳이 아니다.
여름은 시험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예인 포스는 곳곳에서 풍긴다.
당연히 다른 반 아이들은 현역 아이돌을 보려고 난리도 아니다.
현역 아이돌은 이 모든 시선과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여름이 윤서와 하나의 사건으로 가까워진다.
윤서의 집안 사정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여름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윤서는 어느새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하나의 동영상이 둘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유이립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꼬아 놓았다.
이름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것을 일부러 힘들게 만들었다.
데뷔조에 뽑힌 서용준을 협박하는 사진 한 장이 문제를 일으킨다.
서용준의 문제는 잘 해도 튀고, 못해도 튄다는 것이다.
아이돌 멤버로 혼자 부각되는 것은 팀워크에 문제가 된다.
미성년자인 자신이 맥주를 마시는 사진이 뿌려지면 타격이 크다.
이 사진을 찍은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복잡한 사내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자신보다 앞선 데뷔조를 질투하고 경쟁심을 가지고, 헐뜯으려고 한다.
서용준에게는 연습생이 된 후 만든 주문 “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이 있다.
이 주문을 외우고 힘을 얻는데 이것이 상대방의 반감을 산다.
작가는 꼬고, 비틀고, 장난치면서 혼란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