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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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카렐 차페크가 100년 전 영국을 방문했다.

두 달여 동안 영국 곳곳을 여행하고 문학계 인물들을 만났다.

이때 그가 보고 만나고 느낀 것들을 편지에 적고, 그려서 편지들을 썼다.

이 편지가 체코의 일간지에 연재되었고, 그해 책으로도 나왔다.

당연히 영국에도 번역되었고,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 책의 번역도 체코 버전이 아닌 영국에서 1925년에 출간된 책이다.

체코 출간본은 나치가 침공하면서 금서가 되었다가 전후 복간되었다.

하지만 공산 정권이 들어선 후 다시 금서가 되었다. 왜일까?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기이지만 100년 전 영국의 풍경과 삶이 잘 드러나 있다.

날카로운 통찰과 분석,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그림들이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인데 상당히 특징을 잘 잡아내었다.

무심코 읽다가 본 그림에 자꾸 눈길이 갔는데 간결함과 섬세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 그림들이 한 편의 편지 속에 적지 않게 실려 있다.

덕분에 글을 읽다가 그림을 들여다보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난다.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시절 이런 그림은 최고의 자료였을 것이다.

풍경과 인물을 가리지 않는데 시간 나면 현재 풍경이나 인물 사진과 비교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설적인 문장들이다.

결코 그는 영국 등을 미화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가 본 영국의 풍경 중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잔디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 사람들이다.

유럽의 모든 나라가 잔디를 밟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영국의 푸른 잔디를 두고 유럽 대륙과 구분하는 부분은 그 미묘함에 눈길이 간다.

이런 잔디를 가진 귀족들이 다른 곳에 가도 골프를 친다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영국 사람들이 시내에서 온갖 주장을 말하는 장면을 보고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당시 런던의 풍경을 그려낸 글들은 현대 대도시와 너무 닮아 있다.

무표정한 영국 사람들, 정말 대놓고 다정하지 않은 행동들.

영국 사람들의 옷차림과 작은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한 글들.

일요일에 대한 글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 북웨일스, 아일랜드까지 다녀왔다.

스코틀랜드의 분량은 좀 있지만 북웨일스와 아일랜드는 한 편으로 끝났다.

아일랜드에 대한 것 중 영국인들이 아일랜드에 가지 않기에 정보가 없다고 한 부분은 놀랍다.

실제 서점에서도 차페크는 아일랜드 여행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영국 곳곳을 돌아다닌 작가가 본 당시의 도시 풍경은 지금과 비교가 가능하다.

축구팀이 있는 도시로 알고 있는 리버풀이 어떤 항구인지 알려줄 때 놀란다.

자신이 오고 싶어한 나라가 아니지만 온 후 보고 느낀 것은 그 당시 영국을 직시한다.

영국의 귀족제도를 비판하고, 맛없는 음식을 조롱하고, 깊이 없는 문화를 질타한다.

식민제국주의로 이룬 부가 있지만 문학을 제외하면 다른 문화는 약하다.

문학가들과의 만남이 담고 있는 감정들과 너무 비교가 된다.

그가 영국이 유럽 대륙의 다른 나라와 얼마나 다른 지 말한 부분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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