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판달마루와 돌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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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진이 다시 청소년 소설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묵직한 이야기가 더 잘 어울리는 작가이지만 청소년 소설도 좋다.

전작이 <엄마는 좀비>라는 좀비 소설이었는데 이번에는 환경오염과 팬데믹을 연결한 SF소설이다.

전염병의 이름은 마린 포지 바이러스이고, 눈을 통해 전염된다.

이 병에 걸리면 살아남을 수 없고, 몇 년 사이에 인류의 4분의 1일 죽었다.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국립 백합예술원 사건을 먼저 보여준다.

주인공인 슬옹이 엄청나게 비싸고 귀한 피아노를 박살내는 장면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주고, 이 사건 때문에 슬옹이 제주도로 올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 마린 포지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 전염병인지 알려준다.


슬옹이 분노하고 욱해서 저지른 사건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일단 예술원에서 퇴학당하는 것과 비싼 피아노를 변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적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슬옹이기에 생긴 문제다.

물론 이 과정에 예술원 내부의 파벌 싸움과 권력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행위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와 슬옹을 아낀 루간스키 원장의 도움으로 겨우 사태를 모면한다.

하지만 수억이 넘는 피아노 배상금은 지불해야만 한다.

이것을 위해 슬옹의 아버지는 자신의 신체를 마린 포지 바이러스 연구에 넘긴다.

신체는 넘어갔지만 정신은 AI로 변해 슬옹과 대화가 가능해진다.

슬옹에게 이런 대화만으로 자신의 아픔과 그리움을 모두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슬옹에게 1년 동안 근신이 내려지고, 제주도 가파도에서 음악 선생 역할이 주어진다.

열일곱 살 청소년이 초등학교 음악 선생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제 콩쿠르에서 3위 입상한 이력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제주도는 아빠의 고향이고, 가파도의 교장은 아빠의 친구인 동구 아저씨다.

엄마가 마린 포지 바이러스로 죽고, 아빠마저 AI아빠로 변한 현실 속에서 슬옹은 방황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곳에서 이상한 존재를 본다.

나중에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통해 그곳에 나타나는 이상한 존재에 대해 듣게 된다.

그가 바로 판타노 행성에 온 외계인 판달마루이다.

판달마루와 슬옹 사이는 새우탕 컵라면으로 인연이 맺어진다


판달마루의 정체를 알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판달마루가 슬옹이 가지고 있는 병을 알아챈 후 자신의 몸에서 벌레 같은 것을 꺼낸다.

두 마리의 지네 같은 것이 슬옹의 콧속으로 들어가 병을 치료한다.

슬옹은 자신이 마리 포지 바이러스에 걸렸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벌레인 쿠론을 이용하면 아빠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슬옹의 관심을 어떻게 아빠를 구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한다.

판달마루가 지구에 온 이유를 들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판달마루가 생명이 위험한 돌고래가 있으면 데리고 와 달라는 요청도 잊는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나중에 드러난다.


슬옹이 피아니스트란 사실은 다른 점에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슬옹의 연주나 피아니스트나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정보만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아니다.

판타노 행성 외계인들이 가진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다.

지구보다 엄청나게 앞선 과학 기술을 가진 존재들이지만 또 약점도 적지 않다.

판달마루가 가파도에 머물면서 조사하는 일은 별 볼 일 없는 듯하지만 중요하다.

인간들이 바다에 버린 해양 쓰레기들 덕분에 많은 돌고래와 해양 생물들이 죽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이 인간들에게 부족해서 생긴 문제다.

이것과 연결되는 것이 슬옹이 판달마루의 쿠론을 가지고 달아나려고 한 것이다.

단순하게 보였던 사건들이 연결되고, 소년은 성장하고, 외계인은 관대해진다.

천천히 돌아보면 생각한 것보다 풍성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고, 재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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