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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평점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제1회 수상작들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2회 수상작에 대한 기억은 없다. 놓친 것 같다.
이 소설의 가장 재밌는 설정은 복지와 최면을 연결한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최면의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가능성과 함께 풀어내는 설정은 이미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오래 전 <최면>이란 일본 소설이 유행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정의 내렸다.
하지만 최면술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작가는 이 부분을 극대화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시리즈의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복지 최면술사는 공리청 소속이고, 등급이 나누어져 있다.
T는 최고 레벨의 최면술사인데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T는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로 발령이 났는데 흔치 않은 경우다.
그가 담당하던 박련섬 할머니가 육교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리청이 최고의 가치로 치는 알레스 구트를 달성한 것 같다.
공리청의 최면술사들은 최면 대상자들이 자살하지 못하는 최면 코드를 심어둔다.
할머니의 죽음이 자살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지만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의혹을 파헤치면서 최면술사들이 활약하는 세계를 조금씩 보여준다.
그리고 공리청 소속이 아닌 최면술사들의 존재도 알려준다.
박련섬 할머니는 T가 새로 부임한 곳의 첫 번째 피술자다.
최면 받은 것을 거부하던 할머니는 T의 적극적인 노력에 마음을 돌린다.
할머니를 통해 할머니를 극진하게 모시는 최면술사 지망생 금봉수를 만난다.
봉수는 프로그램이나 기계를 만지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불행하고 나쁜 과거들은 할머니 가족을 만난 후 바뀌었다.
T의 입장에서 봉수도 용의자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용의자는 할머니 남편의 배다른 형제 최득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남게 될 재산을 노리고 있는 인물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T 이전에 할머니를 담당했던 최면술사 S802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인 S802를 미행한다.
규칙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그가 자살 코드를 넣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T가 S802를 미행하는 것을 공리청에 알고 경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에서 갑자기 서류가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박련섬 할머니의 죽음을 의심하는 형사 강창근과 협조해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자신의 사무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누가 이 자료를 옮겼는지 보려 한다.
이 몰래 카메라는 나중에 T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최면술사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T가 이 도시에 온 이유는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자본가 오승택 때문이다.
거대한 저택에 사는 함구증에 걸린 소녀 오승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T가 다녀가면 승애는 잠시 말문을 열고 말을 하지만 최면이 풀이면 다시 입을 닫는다.
최면술이 만능은 아니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이 일이 지닌 의미는 뒤로 가면서 더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최면술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장면들이 몇 개 나온다.
경찰과 협력해서 피해자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놓치고 있던 것을 찾아낸다.
그것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피해자의 죄책감을 위로해주고, 뺑소니 차량 번호도 찾아낸다.
최면술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면서 그 반대도 같이 다룬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 세계 속 T의 선택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새로운 세계가 과연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확장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