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비행 소년들 - 베일에 싸인 관리자 ‘팅커벨’의 목적은 무엇인가?
마츠무라 료야 지음, 조아라 옮김 / 할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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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와 갱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 소설보다 갱생을 정면에서 다룬 책은 보지 못했다.

한 번 저지른 범죄에 대한 갱생을 평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동안은 ‘갱생 중’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할 때 놀랐다.

이 정도 결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삶이 얼마나 많은 유혹으로 가능한지 알기에 더욱 그렇다.

달라진다는 건 어렵다.”란 문장은 진심으로 경험한 사람에게 더 와 닿는다.

한때의 잘못 등으로 소년원 등을 다녀온 청소년들의 진짜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현실의 어려움과 순간적으로 무너질 뻔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혼자 아니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함께하면서 그 위기의 순간을 벗어난다.


모두 다섯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즈노 하노는 소년원을 나와 달라진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처음 선택한 직장이 그녀와 맞지 않아 상당히 고생한다.

미성년자가 이자카야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은 성희롱과 낯선 일들뿐이다.

고되고 지친 그녀가 쉴 수 있는 곳은 비행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소녀들은 매춘을 하고, 약을 흡입하지만 하노에게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날 하노가 친구에게 약을 전달받았는데 그 안에는 약 대신 초대장이 들어 있다.

가상공유공간인 네버랜드로 들어오는 방법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속는 셈치고 이곳에 접속해서 그녀를 초대한 팅커벨과 다른 아이들을 만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밋밋한 이 공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바람을 들어주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네버랜드의 일원이 된다.


하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갱생의 무게에 짓눌려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싫어 억지로 힘들게 일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일상의 반복과 털어놓을 대상이 없는 현실이 삶을 더욱 무겁게 했다.

실수처럼 다가온 초대장이 그녀의 삶을 변화시킬 때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음 청소년으로 넘어간다.

그는 절친과 함께 탄 오토바이 사고로 친구가 죽게 되면서 소년원에 갔다.

무면허, 오토바이 도난 등이 엮인 흔한 청소년 범죄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드러난 것과 다른 사실들이 많이 있다.

친구의 죽음이 이런 사실을 함구하고, 모든 죄를 자신이 지려고 한다.

그는 친구 부모님께 매번 속죄의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는 찢어질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네버랜드 친구들은 그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 한 발 나아가게 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한 사람씩 넘어가면서 사연을 털어놓는다.

네버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면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끔찍한 범죄다.

하지만 그 사연을 듣다 보면 갱생하려는 노력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부정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이 소설의 재미와 가치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교훈적으로 풀어내지 않는 것이다.

정면에서 마주하고, 힘들면 도움을 받아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팅커벨의 정체와 사연이 나왔을 때 의문 몇 개가 풀렸다.

왜 팅커벨이 네버랜드를 그렇게 운영하는지, 초대장은 어떤 기준으로 발행하는지.

미스터리 요소와 함께 나에게 낯선 공간과 삶 속으로 데려갔다.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이 부분들도 논의의 대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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