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의 절반은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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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후미에로 인터넷서점에서 검색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고, 낯익은 표지들이 보인다.

아주 오래 전 재밌게 읽었던 소설도 보여 반가웠고, 절판된 책들은 아쉬웠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호텔 피베리>인데 재밌었고,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제목부터 ‘캐리어’가 들어 있어 해외 여행을 자극한다.

읽다 보니 처음 예상한 것과 다른 구성과 전개라 조금 놀랐다.

플리마켓에서 산 파란색 캐리어를 끌고 해외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룰 줄 알았다.

아니었다. 한 사람이 화자가 아니고, 파란색 캐리어와 연결된 사람들이 화자였다.


총 아홉 개의 연작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들의 화자는 매번 바뀌고, 그 중심에는 파란색 캐리어가 있다.

첫 화자는 뉴욕에 가서 뮤지컬을 보고 싶어하는 마미의 이야기다.

마미는 신혼여행도 일본 국내로 갔고, 여권도 없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남편에게 시간을 내어 뉴욕에 가자고 하면 은퇴 후를 말하는 황당한 반응이 온다.

최근 주변에 당연하다는 듯이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해 이 모습이 낯설었다.

집안 형편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더 큰 것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간 플리마켓에서 파란섹 캐리어에 반해 사지 않았다면 거기서 멈췄을 것이다.

이 캐리어를 산 후 그녀는 뉴욕행 표를 발권하고 떠난다.


이 첫화를 보고 뉴욕에서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를 했다.

그런데 화자가 마미의 친구인 하나에로 바뀐다.

마미가 볼 때 하나에는 매년 해외여행을 나가는 멋진 친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하나에의 실제 모습은 소제목처럼 며칠 동안의 홍콩 호화여행일 뿐어다.

이런 현실 속에 우연히 만난 직장 동료는 홍콩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다.

다음 화자는 역시 마미의 친구 유리카다.

그녀는 비싼 호텔과 호텔 식당보다 현지 숙소와 현지 식당과 시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여행으로 이어진 남친과의 아부다비 여행은 자신의 기대와 너무 달랐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남친의 행동인데 처음에는 ‘설마’했다.

많은 배낭여행으로 다져진 그녀이기에 무사히 사고 없이 돌아왔다.


어느 순간 친구들 사이에 마미의 파란색 캐리어는 행운의 캐리어로 불린다.

여행 작가인 요코도 이 캐리어를 빌려 파리 자료 취재 여행을 떠난다.

잡지에 자신의 글을 싣는다고 해도 적자가 나는 취재 여행이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유명한 빵집을 하루에 몇 곳이나 돌면서 맛보고,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틀어진 파리의 친구 문제도 풀어야 한다.

힘든 취재가 이어지고, 친구의 소개로 새로운 사람도 만난다.

우연히 탄 지하철에서 오해한 친구를 보게 되고, 그 이면의 사연을 듣는다.

이제 이야기는 마미의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

파리와 프랑스 남자에 대한 환상과 현실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때 파란색 캐리어는 유코가 머문 호텔에서 분실되었지만 나중에 돌아온다.


이 파란색 캐리어의 여행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다시 이 캐리어를 판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집의 사연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일본 수의사인 화자의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보고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 삶도 있다.

이 캐리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려주면서 새로운 화자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캐리어 속에 있던 쪽지가 어떤 의미인지, 누가 쓴 것인지 마지막에 드러난다.

파란색 캐리어로 이어진 관계와 사연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현실적인 사연 속에 소소한 재미와 행운이 조금씩 엮여 있다.

오래 전 떠났던 해외 여행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여행 욕구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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