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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일본에서 시청률 42.2%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치다.
한참 일본 드라마를 볼 때 20%만 넘어가도 초대박이라고 불리는 것을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시청률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큰 착각을 했다.
이 드라마가 80년대 나왔을 것이란 착각이다.
한국 드라마도 요즘 시청률 40%가 거의 없지 않나? 아닌가?
주말이나 일일드라마를 제외하면 거의 보기 힘든 시청률로 알고 있다.
이 대단한 기록을 한 드라마의 원작이라니.
최근에 몇 권 읽은 작가의 작품들이 지닌 가독성은 또 어땠는가?
1권이 나오자마자 받아 놓고 묵혀 두고 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취직이 잘 되던 시절 일본 명문대학 게이오 출신 한자와는 산업중앙은행에 입행한다.
취직이 잘 되던 시절이라고 해도 들어가기 힘든 곳은 언제나 존재한다.
금융권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입사가 내정된 후 이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묶어 두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낯선 모습이다. 이때가 1988년이었다.
그 후 산업중앙은행은 거품경제 이후 도쿄중앙은행으로 합병되었다.
은행 합병은 우리에게도 낯선 모습이 아니다.
IMF 이후 한국의 많은 은행들도 망하고 합병되었다.
작가는 이 사이 있었던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야기 중간중간 한자와의 동기들 이야기를 넣는다.
시대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설정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동기들 중 한 명이 본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를 한자와에게 보내 미리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게 만든다.
처음 제목을 보고 ‘한자’ 와 ‘나오키’ 두 사람을 떠올렸다.
한자와가 성이다. 나오키는 당연히 이름이다.
한자와는 오사카지점 융자과장으로 발령난다.
사건이 터진 것은 그가 일하던 중 그가 거쳐간 서부오사카철강 대출이 부도난 것이다.
서부오사카철강은 오랫동안 은행에서 새로운 거래를 뚫어려고 하다 실패했다.
그런데 지점장 아사노가 단번에 뚫은 거래처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재무제표를 검토해야 했는데 지점장이 제대도 검토하지 않는다.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5억 엔 대출을 성사시켰다.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이 대출 책임을 한자와에게 모두 전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 한자와는 분노한다. 그리고 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공은 가져가고, 과는 전가하는 일이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자와는 반발하고, 이 대출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을 파고든다.
새로운 사실들이 나올 때마다 왜 지점장이 자신이 아니고 신입 행원을 데리고 갔는지,
왜 그렇게 서둘러야만 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가공 매입을 발견한다.
이 거래처 사장을 만나 사실을 확인하고 둘은 사라진 서부오사카철강의 사장 히가시다를 쫓는다.
내부에서는 한자와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저지하고, 외부에서는 히가시다를 찾아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은행 내부 감사가 오고, 일방적으로 한자와 잘못으로 몰려고 하지만 결코 한자와는 수긍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직장인의 한 명으로써 이 모습을 보고 속이 시원해졌다. 물론 비현실적인 장면이다.
통쾌한 복수극이다. 그 과정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 숨겨진 사람의 정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와의 기지와 대범함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복수는 어떤 순간에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수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기에 섬뜩함을 느낀다.
흔히 하는 말로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작은 거짓말을 하나 심어 놓았는데 에필로그에 이것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독한 인물이다. 다음 권의 줄거리를 보니 또 새로운 부당한 업무가 내려졌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