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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아비코 다케마루의 소설을 읽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이란 서술 트릭으로 나를 매혹시킨 작가다.
그후 다른 소설 한 권을 더 읽은 것은 기억나지만 다른 소설은 기억에 없다.
이번에 처음 작가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니 낯익은 제목들이 많이 보인다.
집에 사 놓고 그냥 묵혀두고 있는 책들도 보인다. 고질병이다.
이 사실이 괜히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이번 소설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굉장한 속도감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두 인물이 제목의 늑대와 토끼다.
제목은 숨바꼭질의 다른 표현인데 공간은 닫힌 곳이 아니다.
마지막 장에 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즐거운 일이다.
2015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소설이다.
초등학교 5학년 도모키는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의 친구 고스모는 덩치도 크고, 학급에서 위협적인 아이다.
둘은 친구처럼 지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스모가 도모키에게 상당히 많은 것을 빌렸다.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이때 고스모의 아버지 시게오가 저지르는 폭행을 본다.
고스모의 몸에 난 상처가 아이의 변명처럼 부딪치거나 넘어진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려준다.
아빠 시게오의 폭행으로 고스모의 엄마는 집을 나간 상태다.
아이들의 위생과 영양 상태는 엉망인데 아빠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고스모는 동생과 함께 도모키의 집에 놀러 온 적도 있다.
아빠의 폭행과 방치 속에 자란 아이들의 모습이 도모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여름 방학이 되어 도모키는 의도적으로 고스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방전된 휴대 전화를 발견하고 켜니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와 있다.
모두 고스모가 보낸 것인데 켜자마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고스모가 도모키를 만나 집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이야기한다.
배고파 아빠 방에서 돈을 찾다가 아빠의 컴퓨터를 망가트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먼저 죽이려고 한다고 말한다.
촉법 소년을 말하면서 도모키의 도움을 요청한다. 함께 간다.
그런데 고스모의 집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다.
이때부터 두 소년은 시게오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다.
도모키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지만 경찰인 아빠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불안하다.
아빠가 저지른 범죄와 살해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도모키다.
고스모의 엄마가 보낸 엽서의 주소로 둘이 떠날 생각을 한 것도 도모키다.
이 여행을 위한 계획을 짜고, 돈을 마련하는 인물도 도모키다.
이런 도모키의 존재는 알지만 초등학생으로 얕보던 시게오는 천천히 이 둘을 쫓는다.
이 과정에 경찰이란 직업과 그의 잔인하고 난폭한 행동은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도망을 주도하는 도모키와 이들을 쫓아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게오의 대결이 펼쳐진다.
두 인물이 교차하면서 상황을 보여주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과연 어떤 식으로 두 소년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도망칠 수는 있을까?
시게오의 잔혹함은 그가 탐문하는 순간마다 서늘함과 공포를 자아낸다.
도망치는 두 소년의 순진한 모습은 시게오의 잔혹함 때문에 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언제 시간 나면 다른 책도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