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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작가의 인간 삼부작 마지막 책이다.
앞의 두 권은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책으로 살짝 관심이 생겼다.
인간의 진화와 그 과정에서 생긴 결함을 거대한 틀 속에서 풀어낸다.
단순히 생물학적 진화만 다루지 않고, 역사와 엮어 하나씩 사례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존의 역사 상식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다른 시각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역사를 읽으면서 느낀 의문의 일부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감염병이 어떻게 중남미의 잉카, 마야 문명을 무너트렸는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 사실이 모든 것의 중심이 아니란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
유목 생활에서 정주 생활로 바뀐 문화의 문제점은 아주 많다.
물론 정주 생활을 하면서 발전한 문명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긴 문제점을 더 부각한다.
초반에는 모여 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몰아내었는지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줄어들거나 법의 강화를 통해 약간 통제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위생 문제와 부의 축적으로 인한 세습이다.
세습으로 인한 부의 대물림과 이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철학 등을 말한다.
부의 축적이 발명과 발전으로 인류를 나아가게 하지만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감염병과 유행병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얼마 전 팬데믹도 이런 일의 연장선이다.
오차 없는 팩트로 가득하다는 평가는 책 마지막에 나오는 무수한 참고문헌이 증명한다.
하지만 그대로 이 내용을 무작정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지식 수준에서 이것을 반박하는 것이 힘들지 모르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를 수 있다.
사실과 사실을 이어가는 과정에 저자의 시선이 끼어들어 작은 왜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 감염병과 인지 편향을 너무 거대하게 인용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존 역사와 다른 새로운 사실의 발견일 수도 있는데 내가 편향에 갇힌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약 등의 중독물질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 지식에 새로운 정보를 주입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던 정보를 새롭게 해주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읽다 보면 낯익은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인류의 역사가 직선이 아닌 나선으로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잦은 실수와 거대한 실패의 반복, 이런 과정을 통한 진보.
명확한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어하는 뇌의 작용.
농업을 최악의 발명이라 부르게 된 이유가 악성 유행병의 창궐이란 부분에는 크게 동의하게 힘들다.
수렵만 하고 살았다면 인류의 존재가 과연 지금 같은 수준, 아니 생존이 가능했을까?
물론 인류의 무자비한 개발과 자원 낭비 등이 불러온 지구온난화 등도 생각해야 한다.
코딩의 오류 이야기는 인간의 유전자가 지닌 결함과 해상 패권을 연결했다.
괴혈병으로 인해 수많은 선원들이 죽었던 역사적 사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저자는 영국이 해상패권을 쥐게 된 데에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괴혈병을 든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병참이란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에 과학 서적을 읽었다.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우연히 방송에서 이 책 내용 일부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봤다.
물론 그 방송이 이 책을 기반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내용 중 일부는 연결된다. 그리고 사실의 일부는 말하지 않으면서 숨긴 채 끝난다.
방대한 지식을 여덟 장에 압축했는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부분도 있다.
실제 각 장만 다룬 전문 서적이 이미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늘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나면 잠깐이나마 그 유명한 <총, 균, 쇠>에 대한 열정이 솟구친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계속 미루어 두고 있던 책들에 손을 내밀어봐야겠다.
읽어야 할 책들이 언제나처럼 점점 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