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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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 윤자영의 첫 힐링소설이다.

최근 장르소설가들의 힐링소설들이 많이 나온다.

힐링소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생긴 추세인 듯하다.

이 소설은 빵돌이인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부분이 많다.

단팥빵, 고로케 등은 지금도 기회가 되면 사서 먹는 빵들이다.

최근 빵들이 점점 비싸지고, 기본에 단맛을 더하는 것이 유행이다.

맛보다 보기 좋게 만든 빵들이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중늙은이의 감성에 맞지 않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니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빵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지 잘 나온다.


제빵 신 안창석은 자신의 욕심과 제빵업계의 시기와 음모로 망한다.

가장 높이 날다 추락한 그는 주사를 부리다 손에 상처까지 입는다.

술에 찌든 그는 자신에게 제빵을 가르친 스승을 만나고 싶어 강화도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원칙주의자 스승 밑에서 7년 동안 제빵의 기본을 배운다.

치매에 걸렸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스승의 빵집에 머문다.

그리고 스승님을 돌보는 김포댁을 만난다.

스승님의 손녀는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

몰락한 제빵 신은 스승님과의 지내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망가진 손은 이전처럼 빵을 만드는 것이 힘들 정도다.

과음과 숙취, 과거의 회상, 김포댁과 티격태격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다시는 빵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스승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받는다.

이것은 기술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가르침이다.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유훈이다.

다시 빵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를 구해 노력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스승님의 손녀 라라가 장례식에 나타나 그가 머물 곳도 바뀐다.

제빵 신이란 이름은 이제 수많은 언론 보도와 SNS 등으로 오염되었다.

빵집 주인인 라라는 창석의 존재가 의심스럽다.

화덕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빵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

라라의 머릿속에는 아직 인스타 등에 나오는 화려한 빵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제빵 신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려고 한다.


사람을 살리는 빵이라고 하지만 그 빵을 먹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단팥빵과 고로케의 사연들은 그 빵의 추억과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자신이 실패라고 말하고 버린 빵을 몰래 가져가는 아이.

아이의 급식카드로 술을 사 마시는 아빠, 이를 알지만 묵인하는 편의점 직원.

불법적인 행동에 분노하는 창석, 사연을 말하는 김포댁.

이렇게 하나의 사연이 만들어지고, 멋지게 해결한다.

다음 이야기는 그의 빵을 먹고 감탄하는 손님의 이야기다.

창석은 그가 제빵사라는 알아채고, 가방에 든 물건이 의심스럽다.

혹시 하는 불안감은 그를 안절부절하게 한다.

그의 사연을 듣고 제빵 신이 알려준 고로케 만드는 방법.

그가 베푼 작은 도움의 손길은 사람을 살리는 빵이 된다.


이야기의 구성만 놓고 보면 특별한 것이 없다.

무너진 제빵사가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성을 채우는 내용이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좋은 제빵사가 되기 위해 그가 걸어온 시간과 노력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좋지만 단가를 맞추기 힘들 때 라라의 이전 직업이 힘을 발휘한다.

고향을 떠난 이주 노동자 등을 위로하기 위해 그들이 열심히 만든 빵은 또 어떤가.

여기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캐릭터 김포댁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녀가 풀어내는 입담과 행동, 동네 정보 수집 등은 중요한 요소다.

더불어 나 같은 빵돌이에게는 제빵 정보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혹시 주변에 이런 빵집이 있다면 아주 자주 찾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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