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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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장르 문학들이 나오는 수상집이라 매년 읽게 된다.

다섯 편이 실려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전보다 각 단편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최근 일 때문에 오랫동안 뭔가를 집중해서 읽는 것이 힘들다.

많지 않은 분량이다 보니 첫 예상보다는 늦었지만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기발함이나 참신함은 이전보다 떨어지는 것 같은데 아마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낯익은 이야기들이 많게 느껴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처음 만나는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김민경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는 읽으면서 김청귤의 <마법소녀, 투쟁!>이 떠올랐다.

마법소녀 하나가 주인공이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은퇴하는 설정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후 마법소녀들의 삶에서 두 이야기는 완전히 갈라진다.

김청귤의 마법소녀들은 새로운 마법소녀들을 낳는 존재가 된다.

반면에 이 단편 마법소녀들은 콜센터에 취직해서 다음 전직을 기다린다.

그녀들이 바라는 다음 단계는 마법사인데 마법소녀처럼 어떻게 되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그리고 콜센터 직원들의 일상이 흘러나온다.

전직 마법소녀와 현직 마법소녀가 만나 나누는 대화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대목은 마법사로 바뀐 후의 직업이다.


김호야의 <내림마단조 좀비>는 우리가 아는 좀비와 많이 다르다.

좀비 아포칼립스물에 등장하는 아주 강력한 좀비가 아니다.

이성을 잃고 인간을 무는 것은 같지만 모든 인간을 전염시키지는 못한다.

좀비로 변한 존재들은 로봇 같이 인식되어 반복 노동에 투입된다.

그 효용이 다한 좀비는 좀 잔인하지만 비료로 사용된다.

좀비가 된 자신의 아들이 비료로 변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좀비의 무서움이 사라진 공간을 인간의 잔인함이 채운 부분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좀비를 노예나 이주 노동자에 비유한 것을 그냥 보고 지나갈 수 없다.


이리예의 <슬롯파더>는 기대한 반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내를 때리고, 딸에게 무관심했던 아버지가 슬롯머신이 되어 돌아왔다.

딸은 이 슬롯머신 받기를 거부했지만 엄마가 인수를 해서 좁은 집에 놓아두었다.

그러다 우연히 돌린 슬롯머신에서 5만 원권 지폐 다발이 떨어진다.

이 돈은 그들의 삶에 여유를 주고, 삶을 점점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 변화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언제 이 슬롯머신이 지폐 다발 내놓기를 거부할지 모른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현실에 대한 자각 등이 교차한다.

그들이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우발적으로 다가오는데 나라면 어땠을까?


임규리의 <인형 철거>는 도입부를 보면서 공포 소설을 직감했다.

부업으로 인형 수리를 하는 회사원 은재.

그는 폐가를 구입해서 작업실 겸 숙소를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폐가는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된 이력이 있다.

은재는 이 사실을 알고 샀지만 문에 붙어 있는 ‘인형 철거’ 딱지는 낯설다.

이 폐가에서 인형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는 이상하고 무서운 일을 경험한다.

그 이후 이야기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은재의 과거사가 흘러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너무 낯익은 설정이라 조금 아쉽다.


김규림의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는 편지글 형식이다.

남편이 죽은 후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낸 엄마의 이야기다.

딸에 대한 관심도 놓아버리고, 점점 비대해지는 몸만 겨우 유지한 채 살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비대한 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스토리메이커를 하면서 삶을 유지한다.

이런 그녀에게 딸이 안드로이드 남친 율을 데리고 온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두 개가 교차한다.

안드로이드의 정체성과 두 모녀의 사이에 놓인 감정의 골.

서로에게 서툰 모녀 사이를 중재하려고 노력하는 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가 나아가면서 성장하는 엄마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과 제목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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