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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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전작의 평이 좋아 선택했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아주 빠르게 읽혔다.

중반 이후 왠지 모르게 속도감이 떨어졌다.

도입부에 나오는 붉은 상자와 그 안에 든 메시지는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누구나 자신 앞에 온 택배 상자를 열어보는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자 안에 든 메시지는 간단하다.

누군가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절대 대화하지 말 것’이라고 종이가 들어있다.

누군가는 ‘잠시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들어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추락하고 하늘을 본 여자가 목뼈가 부러져 죽는 사건이 생긴다.


이후 이 붉은 상자를 받는 사람들이 한 명씩 나온다.

물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도, 하늘을 본 여자의 간략한 정보는 보여준다.

이 붉은 상자를 받은 높이뛰기 선수 정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최도익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앞둔 그에게 펼쳐진 괴이한 사건은 또 있다.

옥상에서 떨어진 남자, 그 남자를 찾아온 조폭, 정의감과 폭행.

경찰을 꿈꾸지만 그의 능력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집단 폭행에는 방법이 없다.

피투성이가 된 그를 데리고 한적한 곳을 벗어난 것은 실미다.


이 사건 이전에 실미는 몰래 국정원 서버에 접속하려고 한 인물이다.

한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국정원 서버에서 데이터를 다운받아야 한다.

사전 작업으로 국정원 서브실에 들어갔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시간을 지체한다.

완전한 데이터 복사를 못한 상태에서 도망쳐야 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그녀에게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 작업을 지시한 인물은 나중에 도익을 폭행한 조폭 귀우와 동일한 인물이다.

그녀에게 귀우는 국정원 직원이다.

작가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관계를 하나씩 만들고, 조금씩 이어간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붉은 상자와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붉은 상자의 배달과 그 속에 든 종이에 적힌 내용.

이 붉은 상자를 몰래 모으는 남자와 특이한 운명을 경험한 남자의 존재.

조폭인지 국정원 요원인지 알 수 없는 귀우의 행동과 도익과의 연결.

붉은 상자 안에 든 쪽지와 그 종이를 자를 수 있는 가위.

그 가위로 잘라야만 그 쪽지에 적힌 효력이 사라진다는 새로운 사실.

정해진 운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받는 붉은 상자.

하지만 누구나 이 붉은 상자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왜 이런 상자를 받는 것일까?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붉은 상자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상자를 가지고 나간다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든 의문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과 전개는 어느 순간 의문으로 채워진다.

마지막 장에 오면 프롤로그와 연결되면서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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