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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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랑스 메디치 상 에세이 부문 수상작이 그래픽노블로 탄생했다.

실뱅 테송의 책은 <눈표범> 이후 두 번째다.

그림을 그린 이는 비르질 뒤뢰이인데 정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림이 섬세하고 풍부한 색감을 보여주지만 상당히 정적이다.

바이칼 호수 주변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잘 보여준다.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바이칼 호수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6개월 동안 시베리아 숲에 머물면서 쓴 글이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2월~7월)까지의 계절이다.

이야기는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만화를 보면서 테송의 경험이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처음 그가 6개월을 머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완전 고립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머물 오두막으로 가는 여정에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오두막에 홀로 머문다는 것은 거대한 고독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얼마나 걸어야 하는 지 보여줄 때 잘 드러난다.

눈길이나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건너야 몇 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가 이 오두막에 머무는 동안 자주 그곳을 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렇지만 가끔 마을(?) 사람들이 그의 오두막을 찾아온다.


우리나라라면 겨울이 끝날 달이지만 여기는 아니다.

그가 뒷산을 올라갈 때 눈이 허리까지 내렸다.

먹을 물을 길러오기 위해 두꺼운 얼음을 깨야만 한다.

이 깬 얼음을 통해 낚시를 하는데 그 순간만은 살짝 부러웠다.

실제 고독 속에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기에 그의 숲 생활이 마냥 부럽지는 않다.

읽은 책들을 싸 들고, 먹을 식량과 술을 재워둔 모습이 살짝 낭만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서는 장작을 패야 하고, 얼음을 깨 먹을 물을 길러야 한다.

전기가 없어 등을 켜고, 차가운 겨울의 바람과 눈을 지켜봐야 한다.

이 고립이 잘못되면 무서운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


산에 올라 야영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 장소와 풍경에 마음이 머문다.

그가 잠시 그곳에서 꾼 몽환적인 장면은 외로움의 여파다.

많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간단한 사연을 풀어놓는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건조한 이야기가 왠지 전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추운 겨울, 외딴 마을, 독한 술로 취한 하루들.

창밖으로 눈보라가 치지만 밖을 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생각이 복잡하다.

그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 홀로 있는 고독, 집안의 아늑함.

걷고, 낚시하고, 장작 패고, 독서하는 삶. 살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다.

얼음이 녹으면서 생긴 작은 사건 하나는 아찔한 이야기이지만 생존으로 에피소드가 되었다.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취하도록 마신 술, 숲 생활의 정리, 두 마리의 개와의 이별.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을 뒤덮는 그림은 또 다른 매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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