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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개그맨 출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제15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부수를 판매한 소설이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
개그맨인 작가의 과거가 투영된 소설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다른 아쿠타카와상 소설들에 비해 가독성도 상당히 좋다.
그리고 우리에게 조금 낯선 세계를 보여주면서 시선을 충분하게 끌어당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 기괴하지만 멋진 모습에 웃게 된다.
주인공인 무명 코미디언 도쿠나가는 중학교 동창과 개그팀 스파크스를 만들었다.
이 팀으로 불꽃놀이 대회에서 만담을 펼친다.
그런데 행사 프로그램이 밀리면서 불꽃이 터지는 시간과 겹친다.
그들이 아무리 재밌는 개그를 펼쳐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다음 순서에 올라간 천치들이란 팀의 가미야가 올라가면서 복수를 말한다.
이후 둘은 함께 술을 마시고 도쿠나가는 가미야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가미야는 도쿠나가에게 자신의 전기를 쓰라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뭐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미야의 개그를 배우겠다는 의지도 커 보이지 않고, 가미야의 말도 황당했기 때문이다.
둘이 마신 술값을 가미야가 모두 낸다.
선배이기 때문에 자신이 낸다고 하는데 선배 경험이 없는 도쿠나가는 이 상황이 낯설다.
천치들은 오사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도쿄로 무대로 옮긴다.
이후 이 둘의 만남이 늘어나고, 술은 언제나 그 자리에 놓여 있다.
처음 도쿄에서 만나 술에 취해 가미야의 집으로 가는 장면도 황당하다.
가미야가 말한 지역을 벗어난 후에 그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의 문자와 대화는 나의 감성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일본 문화에 낯설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재미없는 것일까?
같은 도시에 머물고 같은 직업을 가지다 보니 같은 무대에 오르는 횟수도 늘어난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기에 출연자들의 등수가 매겨진다.
천치들이 스파크스보다 높지만 그렇다고 최고 등수는 아니다.
그들이 열심히 개그 대사를 짜면서 자신들의 개그를 펼칠 때 바로 성공하는 개그맨도 있다.
시장은 가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꾸준히 하나의 일을 하다 보면 그들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팬들도 생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 수밖에 없다.
도쿠나가가 더 좋은 월세로 옮긴 것은 작은 성공의 결과다.
가미야의 개그는 도쿠나가에게 잘 먹히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도쿠나가의 스파크스 개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개그에 악플이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한 가미야의 답변은 훌륭하다.
가볍게만 생각한 개그맨의 깊은 통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개그맨들이 결국 선택해야 하는 일상의 삶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많은 프로선수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도쿠나가의 삷보다 가미야의 삶이 더 시선을 끄는 것은 그의 무모함 때문이다.
사채를 쓰면서까지 후배에게 밥과 술을 사고, 자신의 개그를 밀고 나간다.
하지만 사채가 너무 커졌을 때 보여준 행동은 절박함에 대한 그의 황당한 대답이다.
씁쓸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