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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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픽션 ON 시리즈 20권이다.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단편집이다.

여섯 편의 단편 중 세 편은 다른 앤솔로지에 발표된 소설이다.

이 중에서 안전가옥 [미세먼지]에 실린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은 읽었던 소설이다.

반가운 부분 중 하나는 이 단편과 연관성을 가지는 <이달의 네일>이 실린 것이다.

<이달의 네일>은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희미한 기억 속의 이야기를 이 단편을 통해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미세먼지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도 알려준다.

다만 그 기원과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한밤의 유혈 사태>는 한 여성의 독백으로 꾸며져 있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로 토해낸다.

그 시작으로 지목한 것이 생리인데 불규칙한 주기는 생리대 구입 시점을 놓치게 했다.

그리고 풀려나오는 자신과 친구의 이야기, 거침없는 욕설과 함께 하는 말들.

여성 차별과 경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차별적인 면죄부.

마지막에 화자가 들려주는 유혈 사태의 원인과 이유.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생리를 심신미약 같은 이유로 말하는 장면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 마지막 장면 덕분에 그날 밤 유혈 사태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 소설 속 욕설은 마라탕 집에서 욕을 입에 물고 있던 여학생이 떠올린다.


<마법소녀, 투쟁!>은 웹 판타지의 도입부 같은 부분이 있다.

갑작스러운 그림자 괴물이 등장해 인간들을 공격한다.

이때 이 괴물을 물리친 것이 마법소녀였다.

문제는 그림자 괴물이 모두 사라지지 않았고, 마법소녀는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법소녀는 일정 나이가 되면 은퇴해 다른 마법소녀를 낳은 엄마로 변한다.

이 과정에 마법소녀들의 선택은 없고, 강제적으로 은퇴한다.

이런 마법소녀들을 쫓아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진을 묘한 위치에서 찍는 남자팬들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마법소녀들의 투쟁이 왜 필요한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찌찌레이저>의 세계에서도 여성은 출산을 위한 기계처럼 변한다.

특정 나이가 되면 유방에서 젖이 많이 나오게 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출산은 자연분만으로 해야 하고, 영양소 풍부한 모유 수유는 기본이다.

다른 나라로 달아나는 것도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런 나라를 만든 인물들은 모두 기계로 전신을 교체했다.

그런데 이 수술을 받은 주인공의 가슴에서 레이저 광선이 발사된다.

국가에서 받은 브라 5개도 단숨에 구멍이 나고, 그녀를 감시하던 안드로이드도 잘린다.

이 황당한 설정이 B급 감성으로 나를 웃게 한다.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이런 찌찌레이저를 설치한 것일까?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제목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른다.

낯익은 이름들의 등장과 살짝 비튼 세계관.

왕과 여왕의 관계, 여왕의 각성, 여왕과 앨리스의 연대.

왕이 가진 권위를 무너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왕.

왕비가 아니라 여왕인 이유. 사소한 곳에서 핵심을 찌른다.

왕이 여왕을 내쫓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뻔한 술책 들.

작가는 이 단편집을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깨트린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현실의 조각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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