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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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각각의 이야기 주인공들의 사연에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풀어간다.

감정을 과도하게 풀어내지 않아 더 잔잔하고 진솔하게 다가왔다.

소원성취 앱을 만든 소원의 이야기가 뒤로 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더 부각된다.

소원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짧게 보여준 후 빠르게 진행한다.

한 소녀의 엄청난 성공, 성공 이후 은퇴 과정에서 생긴 문제도 역시 간략하게 다룬다.

그녀가 만든 앱을 다운 받고, 그 사연이 선택된 사람만 고객센터에 오게 된다.

고객센터의 위치는 서울 종로구 부재동, 왠지 현실의 부암동이 떠오른다.

작가가 풀어낸 여섯 사연은 각각 다른 분위기와 재미를 준다.


각 장의 제목에 CASE가 붙어 있다.

고객센터에서 다룬 사연 중 몇 개를 선별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가면 소설에 나온 사연 속 인물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후속작을 생각했다면 살짝 떡밥이라도 던져 놓았을 텐데.

그리고 이 사연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미용실 시다, 웹 소설 작가, 일용직 노동자, 빵집 주인, 은행 직원, 행복 강의사 등이다.

이들의 일과 자신의 소원이 겹치고,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들의 일상에 힘든 일이 생기고, 소원성취 앱을 발견하면서 소원과 이어주는 구성이다.

소원이 고객의 휴대폰에 깔아둔 앱은 소원이 이해하는 그들의 소원성취 방법이다.


아이돌 덕후 은지가 미용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아이돌의 힘든 모습이 보일 때 그를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한다.

이때 발견한 소원성취 앱, 그리고 면접과 그녀의 소원을 반영한 새로운 앱.

마법사처럼 이 앱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지만 방향을 알려준다.

하지만 욕심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이어지고,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작가는 이런 설정의 반복과 그들의 직업 등과 연결해 이야기를 변주한다.

인기 없는 웹소설 작가 은보는 악플러의 댓글을 차단하면서 멘탈을 붙잡는다.

한때 성공했던 책 때문에 그를 우르러보는 정육점 사장님의 연심도 나온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풀어가는 과정의 재미가 솔솔하다.


실패한 인생이지만 우연히 기른 길고양이에 진심인 아버지 서춘호.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만 현실에서 이런 번역기는 없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과거와 연결해 삶을 새롭게 한다.

역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감정 이입은 없다.

오지랖이 넓은 빵집 사장님 도순.

그녀의 사연을 들으면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용만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와 일상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소원성취 앱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몰랐다가 알게 되면서 바뀌는 생각들.

결국 이 일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다.


동생의 자살, 자살의 이유가 너무나도 참혹했던 언니 다정의 복수심.

앞의 이야기들과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녀에게 소원이 만들어준 앱은 딱 세 번만 사용 가능하다.

첫 번째 사용이 만든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사고, 사라지지 않는 복수심.

앞에 나온 이야기들이 보여준 재미와 동떨어져 있는 전개 과정은 살짝 힘이 부족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행복 검투사의 불행한 췌장암 3기 소식으로 시작한다.

암이 주는 공포, 낮은 치료 가능성, 치료 거부 등.

그리고 그가 성공하게 된 사연 속 이야기 하나가 소원성취 앱을 통해 연결된다.

이후 펼쳐지는 몇몇 장면은 성공한 강사의 폭주와 깨달음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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