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엘리자베스 하드윅 지음, 임슬애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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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이 작가에 대한 극찬은 낯설지만 극찬한 작가들은 낯익다.

얇은 책이라 빨리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몇 쪽을 넘기지 않아 산산조각났다.

이야기 위주의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소설은 더 힘들게 읽혔다.

문장에 대한 극찬은 읽는 동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문장은 시와 같고, 어떤 문장은 멋진 산문으로 이어져 있다.

자전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 기억들.

단편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나의 집중력을 순간 흐트렸다.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헤맨 끝에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났다.


모두 읽은 후 역자의 글을 보면서 내가 놓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수없이 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사이에 놓인 간극.

그들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에서 보이는 공감.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상실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사람들과 기억들.

연도 표기가 주는 과거로의 회상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

어쩌면 나의 회상도 이런 기억의 심연 속에서 불쑥 솟아올라오는지 모른다.

불면의 밤 온갖 기억의 단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 않았던가.


전형적인 소설의 형식을 얽매이지 않았다.

문장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가 엮이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다채로움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나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다시 책을 앞으로 넘기면서 방금 읽은 듯한 이야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짧은 시간 속에서도 기억은 이렇게 부정확하다.

작가가 건져 올린 사람들과 회상은 어떤 부정확을 가지고 있을까?

독자는 알 수도 없고,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사실을 다룬 역사서가 아니다.

또 한 번 지키지 못할 약속 하나.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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