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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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망생의 동경와 열정과 좌절을 담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한 없이 자란 화자.

컬럼비아대학 문예창작 워크숍에 참가해 소설가를 꿈꾼다.

자신이 쓴 소설이 합평 시간에 혹평을 받지만 한 명이 화자를 지지해준다.

그가 바로 화자가 재능을 동경하고 매혹된 빌리다.

빌리가 쓴 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매력으로 모두의 칭찬을 받는다.

화자는 그와 가까워지려고 하고, 그가 일하는 바에 함께 간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자고 한다.

바의 한 귀퉁이에서 힘겹게 살던 빌리에게는 행운이다.


화자가 사는 아파트는 임대료 상한제한이 묶여 있는 건물이다.

그의 고모가 살다 남자 친구의 집으로 나간 후 그가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

자신이 동경하는 빌리를 우발적으로 이 집안으로 들인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이지만 아주 저렴하게 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빌리는 이 행운을 자신의 노동력 등으로 갚으려고 한다.

청소와 음식 만들기 등의 노동으로 한동안 둘의 동거는 평화롭고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빌리는 돈의 지출 없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가 일하면서 버는 돈은 자신의 삶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화자는 빌리와 함께 살면서 소설의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받는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

첫 파열음은 1996년 미국 대선을 둘러싼 논쟁이다.

화자는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빌리는 밥 돌을 지지한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도시 인텔리라는 것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중부의 노동자들이란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단순화된 이분법이지만 논의할 대목들이 많은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빌리와 달리 화자는 여성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한다.

빌리가 자신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여성들과 자게 되지만 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돈이 궁핍하지 않은 화자가 편리함을 쫓아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부담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빌리의 친척 결혼식 이후 생긴 일 하나가 둘의 간극을 더 벌인다.

어색해진 둘 사이, 자신의 아파트에게 나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화자.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쉽게 떠날 마음이 없는 빌리.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결코 나아지지 않는 합평, 다른 학우의 성공.

그리고 술에 취한 듯한 빌리의 도발과 비난.

술 핑계를 대면서 화자가 저지르는 부끄러운 행위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긴장감과 껄끄러운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이 행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감정은 질투일까? 동경일까?

파국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내딛었고 예상한 결말로 나아간다.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다.

쉽게 예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아가지 않는다.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과 파국보다 더 시선을 끄는 부분은 ‘그 후’ 이야기다.

문예창작 워크숍에서 최고의 작가로 꼽힌 그의 출간작에 대한 흥행 여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내는 것도 힘들지만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은 더 힘들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영화나 소설 속 작가 몇 명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보다 재밌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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