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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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의 단편집이다.

작가의 전작에 대한 평이 좋아 선택했다.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네 편 모두 상당히 재밌다.

세 편은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고, 마지막 한 편은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이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의 추리 소설 내공이 아직도 엄청나게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편집 속에 다양한 형식의 실험이 담겨 있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사건을 꼬고 엮고 비트는데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명확한 결말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나는 호!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는 하드보일드 풍의 단편이다.

한 남자가 탐정이라고 말하면서 카페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그는 한 남자의 행동에 대해 주인에게 묻는다.

그리고 바뀐 가방과 그 속에 담긴 책을 찾아 헌책방을 돌아다닌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오래 전 헌책방을 돌던 나의 추억이 살짝 떠올랐다.

피살자의 바뀐 가방을 찾는 과정에 흘러나오는 추리 소설에 대한 수많은 설명들.

잠시 추리 소설 감상에 추리 소설이란 사실을 잊는다.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

이때 펼쳐지는 다양한 반전과 상황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은 설정이 재밌다.

한 대학이 입시에 추리 소설을 지문으로 삼겠다고 발표한다.

수험생의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대학의 문제가 하나 나오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입시학원의 강사, 이 시험 때문에 추리소설에 입문한 수험생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추리 소설로만 읽어도 재밌지만 입시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어 더 흥미롭다.

이런 문제를 내게 된 과정의 문제, 정답을 둘러싼 다양한 반론들.

앞에 살짝 깔아둔 설정 하나가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드는 재미도 포함한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내가 추리 소설을 읽은 방식에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다.


표제작 <마트료시카의 밤>은 제목 그대로의 구성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또 튀어나온다.

먼저 추리소설가와 편집자의 대화에서 시작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

살의가 중첩되고 상황이 꼬이면서 이상해진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등장해 또 하나의 껍질이 벗겨진다.

이번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높인다

이전 장면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로운 사건의 범인은 누군지.

중첩된 이야기 속 이야기가 언제쯤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긴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은 또 다른 재미다.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은 전일본 학생 프로레슬링 연합 총회를 다룬다.

코로나19로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모임도 하지 못한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시 모였다.

한국의 코로나 학번을 떠올리는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덕후들의 만남이 시작한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로 한 회장 한 명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죽일 수 있는 실력자는 이 모임에 있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전날 그와 함께 술을 마신 사람, 어릴 때부터 그를 동경했던 사람 등.

한 편의 희극처럼 상황극이 펼쳐지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코믹함과 반전이 이어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재미와 큰 웃음을 준다.

익숙한 일본 만화나 드라마의 설정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서 거부감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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