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성순의 유럽 일주 여행 에세이다.

서울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당 열차를 타고 떠난다.

오토바이로 유럽을 돌려고 하는데 모스코바까지는 기차를 탔다.

기존 여행객들이 오토바이로 무작정 달린 것과 여행의 방법이 다르다.

러시아 건축물과 미술에 대한 간단한 감상은 기존 여행객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다.

그리고 혁명을 둘러싼 간단한 이야기와 혁명의 어려움을 말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결이 다른 여행 방식과 시선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소설가의 살짝 삐딱하고 유쾌하고 현실적인 글은 다음 일정을 기대하게 한다.


자동차 여행도 쉽지 않은데 오토바이로 달리는 것은 더 힘들다.

어릴 때 오토바이를 타는 환상을 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기를 보면서 긴 여행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하고, 달리다 수많은 벌레들과 부딪혀야 한다.

작은 운행 실수나 노면의 상태 때문에 사고를 당하기 쉽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데는 장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 도보나 자전거 제주 일주에 대한 환상이 쉽게 깨진 나에게는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온다.

오토바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일정마저 휘둘려야 한다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냥 여행지에서 작은 스쿠터로 만족할 것 같다.


아우토반을 오토바이로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작가는 결코 빗솟에 아우토반을 달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아우토반보다 한국에서 달릴 때 더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한랭전선과 함께 달린 이야기는 여행의 힘겨움이 보인다.

우발적으로 떠난 여행이라고 하지만 날씨 운이 그렇게 좋지 않은 듯하다.

오토바이를 달려 로마를 둘러봤을 때 그가 쓴 글 하나는 심짓하다.

관광객에게 밀리고 부동산 폭등으로 도심 밖으로 밀려난 주민들 이야기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도시 외곽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 모습까지 보다.

유럽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란 지적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결코 짧지 않은 3개월의 오토바이 여행 동안 그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커브 길에 넘어져 다리가 붓고 오토바이 일부가 부서진 것 외에는 없다.

가까운 병원이 없어 힘들고 어렵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음 도시로 간다.

그런데 이 도시에 오토바이를 수리할 부품이 없어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달리면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부딪히는 벌레 때문에 많이 퇴색된다.

숙소에 도착해서 지친 몸 때문에 그냥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도시의 풍경과 문화를 감상하려고 하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힘든 도시간의 이동이 그의 체력을 다 갉아먹은 것 같다.


휴식을 위해 선택한 바로셀로나.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도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대성당을 둘러싼 문화사조에 대한 이야기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대한 그의 해석은 조금 낯설었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이면을 풀어내는 해석은 아주 현실적이다.

가우디의 그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말할 때 기본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별히 정해진 일정 없이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순간순간 노선이 바뀐다.

가고 싶은 곳 숙소가 너무 비싸 그 옆 싼 동네의 넓은 집으로 간다.

보통의 여행자라면 할 수 없는 기동력을 가진 여행자만 가능한 일이다.

흔한 관광지 소개도 아니고, 오토바이 여행의 안내서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여행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와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여행이 코로나 19 이전에 한 여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