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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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에게 읽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읽었던 <자기만의 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예상한 것과 달랐다.

이번 글에서 <자기만의 방>에 대한 글은 중복이라 생략한다.

그리고 다른 다섯 편의 단편들은 예상 외의 재미를 주었다.

이전에 장편에서 더디고 힘들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이 단편들은 재밌다.

상대적으로 짧은 글들이라 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어쩌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보여준 <유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산>은 한 중년 남성 아내의 사랑 이야기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녀가 남긴 일기장에서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가 평소가 등한시했던 일상의 삶들과 그녀가 바란 사랑.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연석에 내딛은 그 발의 의미.

짧지만 압축적인 내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44년 작가 사후 발표작이다.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은 희미한 존재를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익명으로 처리한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혼란스럽다.

뭔가를 놓친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죽은 지 2달이나 지난 후 방문하는 화자와 V양을 어떻게 보야할까?


<벽에 난 자국>은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자국에 대한 것이다.

이 벽에 난 자국을 계속 들여다보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고 떠올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얼룩이나 자국 때문에 상상력의 꼬리를 치는 그 순간을.

이 자국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온갖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환상의 실체 때문이다.


<큐 식물원>은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에서도 나오는 공간이다.

실제 존재했던 곳인 모양인데 여기서도 달팽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원을 오가는 사람들과 풀밭을 기어가는 달팽이.

왠지 모르게 이 단편을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런던 거리 헤매기>은 여러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다른 에세이집에도 실린 이야기들이 나온다.

전쟁 당시의 풍경이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마주한 사람들.

조금씩 읽다 보면 소설과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취향은 울프의 글은 단편과 에세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 놓고 묵혀 두고 있는 울프의 다른 책이나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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