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이력을 보니 이전에 읽었던 책 제목이 보인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이고, 아직은 이 이름이 낯설다.

이전에도 은둔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이번에도 대외적이지 않은 인물이 주인공이다.

문학상을 장려상만 받았지만 이미 한 권의 소설을 낸 작가 제호.

하지만 그 이후 그는 한 편의 소설도 출간하지 못한다.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너무 서툴고 삶은 자꾸 안으로만 파고든다.

그가 여우별 분식집을 하게 된 데는 고등학교 친구의 끈질긴 요청이 있었다.

소설 속 세아의 표현을 빌리면 진짜 사장은 친구고, 제호는 분식집 운영 사장이다.

무기력한 일상으로 하루를 겨우 보내는 제호의 삶에 변화가 온다.


친구가 옆 가게와 합쳐 더 큰 분식집을 내겠다고 말해 알바 모집 전단지를 붙인다.

이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알바생이 바로 대학 중퇴생 세아다.

그녀의 활기찬 목소리와 밝은 분위기는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출근 첫날 빨리 문을 닫는 가게에 아쉬움을 느끼고, 회식을 하자고 말한다.

이 둘의 회식 장소로 가는 것과 밥을 먹는 장면은 서로 다른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아는 계속 떠들고, 제호는 한쪽 귀로 그 이야기를 흘려듣는다.

이후 세아는 아주 좋은 친화력을 손님들과 보여주고, 가게 개선에 노력한다.

그러다 지각을 하고, 그 이유가 새로운 소스 개발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소스 대박이다. 제호는 한 가지 간과한다. 소스 만드는 법을 배우지 않은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제호.

그의 이력을 보면 회사 경력도 있지만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이런 그에게 친구의 분식집 운영 요청은 귀찮지만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시판용 떡볶이 양념으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대충 하루를 보낸다.

늘 이 가게에 와서 한 시간 떠들다 가는 학생 세 명.

맛있는 맛보다 익숙한 떡볶이를 사러 오는 사람들.

큰 욕심 없고, 하루의 삶을 그냥 저냥 살아가는 제호.

이런 제호에게는 별거 상태의 아내와 딸, 다친 엄마와 이혼한 동생이 있다.

의욕 없이 일상을 보내는 제호에게 변화는 갑자기 다가온다.


세아가 만든 소스는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

세아는 부지런하고, 많은 것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면 부모님이 인형 눈을 붙이고 있다.

그녀의 꿈은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것이다.

목소리 크고, 사람들과 친화력이 좋은 그녀의 소스 덕분에 분식집에 변화가 생긴다.

맛 때문에 이 집에 손님들이 오고, 줄을 서고, 입소문이 난다.

가게는 바빠지고, 즐겁게 일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세아가 가게에 출근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큰 일이 생겼다. 그는 소스를 만들지 못한다. 다시 원위치다.


제호의 삶을 따라 가면서 잠깐 세아의 삶이 흘러나온다.

이 둘의 삶에 밝은 길만 있을 것 같은 순간 어둠이 닥친 것이다.

별거하는 동안 아내와 가까워지지도 못한 제호.

그는 별다른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고인 물은 관계를 퇴보시킨다.

그리고 그의 창작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이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게 한다.

작가가 해결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기만 한 제호와 세아의 일상들.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고, 성공하면서 마주할 사람들과의 관계도 보고 싶다.

괜히 그 소스의 맛이 궁금하고, 분식집이 만들어낼 변화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