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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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2>에서 처음 만난 작가다.

사실 인터넷서점 검색 전에는 그의 소설에 대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이전에 쓴 글을 읽으면서 잠깐 옛 기억을 떠올렸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뭐 어떤가! 이번 소설이 예상 외의 설정과 재미를 주었는데.

박서련 소설가의 강력 추천이란 글이 눈길을 끌었지만 지금은 그 추천에 동의한다.

처음 느낀 흔한 웹 판타지 설정의 반복이란 감상을 깨트린 장면 하나로 먼저 시선을 끌었다.

나 혼자만 5년 전 세계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리셋된 것이다.

덕분에 흔한 주인공의 성공담은 살아지고,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현실의 반복이 일어난다.


2022년 12월 31일 제야의 종이 울리고 회사 옥상에서 몸을 던진 태오.

그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투기 실패와 회사 자금 횡령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한때 몰두했던 부동산과 가상화폐 투자의 실패를 그도 경험했다.

죽음의 순간에 다시 깨어나 마주한 자신의 5년 전 과거.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찾아가는 그와 그에게 문을 열어주는 연인과 그 언니.

그리고 알게 되는 전세계 리셋 소식. 여기서 먼저 한 방 먹었다.

한 명이 아니라 전세계가 이런 경험을 하다니 구체적인 모습은 어떨까?

여기서 작가는 조금 평범한 방식으로 설정을 이어간다.

그것은 전세계가 5년 전 시간의 삶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정부는 시작점을 강제로 못박은 것이다.


태오가 횡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입사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회사.

하지만 횡령 사실을 알기에 그의 삶은 결코 이전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여기서 이야기의 변주를 만들고, 인생 2회차를 새롭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인물로 태오가 횡령한 회사의 대표였던 찬신을 등장시킨다.

찬신은 리셋된 후 과거였던 미래를 새롭게 세탁하는 사무소를 차렸다.

그 사무소의 이름은 미래 세탁소, 이름 때문에 옷을 세탁하는 곳으로 오해를 산다.

이 사무소는 리셋 이후 사라진 미래에 얽매여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곳이다.

소설을 이런 사람들의 사연을 하나씩 엮으면서 태오 등의 이야기도 같이 풀어낸다.

그 과정에 소소하지만 재밌는 이야기와 가슴 아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5년 전에 세계로 리셋된 현실에서 그 사이에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

아이돌 멤버였다가 교통 사고로 죽은 유림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 속한 아이돌 트윙클파티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인지도가 있는 팀이다.

그런데 리셋 후 소속사 사장님이 사라졌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첫 조사에 너무 쉽게 무너진다.

멤버들은 더 좋은 케미와 이전 경험으로 성공을 자신하는 상황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사연을 읽고 헛웃음이 나왔고, 그 결과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오는 사연들은 힘들게 쫓아낸 직장내 괴롭힘을 하는 이전 상사.

리셋으로 태어나지 않게 된 딸을 되찾고 싶어하는 엄마.

그리고 미래 세탁소 소장 찬신과 태오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 이야기 등이다.


이 각각의 사연 속에 유림은 조연으로 등장해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로 한국 남성 최악의 악몽도 같이 나온다.

바로 군 재입대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 이야기에 살짝 웃었다.

미래를 경험했지만 그 기록이 없기에 생긴 문제 또한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결국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등을 엮었다.

곁에서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에겐 공포인 감정을.

설정과 세부적인 이야기에서 깊은 고민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로 만들고, 더 많은 사연을 집어넣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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