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투는 아주 격렬한 스포츠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권투를 시작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왕서아도 친구 예슬의 추천으로 권투를 시작했다.

그리고 서아는 이 힘든 운동에 매혹되었고, 성적도 어느 정도 거두었다.

왕서아의 별명이 바로 이름을 꺼꾸로 한 아서왕이다.

영어 시간에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생긴 재밌는 별명이다.

여자 고등학생 권투선수. 운동에 열심이지만 아직 세상을 알기엔 너무 어리다.

그녀의 삶은 힘든 노동에 온몸이 아픈 엄마, 가난, 불안한 현실과 미래가 기다라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그녀에게 다가온 낯선 남자의 달콤한 제안.

아픈 엄마를 치료해주는 대신 자신의 딸 대신 폭력 가해자로 자수하는 것이다.


어린 소녀에게 그는 많은 것을 감추고 달콤한 말로 유혹했다.

단순 폭행이니 문제가 될 것 없다는 그의 말과 엄마의 치료.

다른 어른이나 친구에게라도 상의를 했다면 달라졌을 테지만 절실함이 입을 닫게 했다.

자기 딸의 미래를 위해 다른 사람의 딸 인생을 나락으로 밀어 넣는 사람.

세상을 너무 몰랐던 서아를 찾아오는 변호사와 상황을 너무 낙관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죽으면서 상황은 급속하게 바뀐다.

단순 폭행에서 살인자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아는 자신의 입을 다물고, 엄마의 치료를 바란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그녀를 변호한 변호사가 처음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번 뒤틀린 삶은 쉽게 바로잡기 힘들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그녀가 형무소에 갇히는 것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순진하고 어린 여고생이 구치소에서 마주하는 낯선 경험들.

선의 뒤에 감추어져 있던 악의의 정체. 예상하지 못했다.

형을 받은 후 형무소로 옮겨 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인연.

이 소설의 재미 중 상당 부분이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감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들의 죄와 삶을 말한다.

감옥의 분량이 생각보다 많아 당황스럽지만 그 내용은 아주 재밌다.

읽는 내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서왕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사람에 대한 복수는 가장 기대한 부분이다.

어떤 식으로 이 복수를 할까? 얼마나 이 복수가 통쾌할까?

나의 기대는 뒤로 가면서 점점 사그라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복수를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왕서아 최고의 복수 방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순간적으로 다독이기에는 부족했다.

이 복수를 둘러싸고 다른 출판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힘이 빠진 복수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고, 작가에게는 쉬운 해결 방법이다.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를 지녔는데 다른 작품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