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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ㅣ 아르테 오리지널 25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거대한 짝퉁 시장의 한 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진품과 차이가 없는 모조품이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짝퉁과 차원이 다른 모조품의 세계다.
실제 중국이나 베트남 여행을 가면 아주 다양한 짝퉁들이 시장에서 팔린다.
그냥 모양만 흉내낸 제품이 있는가 하면 진품과 구별이 불가능한 모조품도 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제품은 바로 이런 모조품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시장이 생기게 되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확실하게 돈벌이는 된다.
그리고 진품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지도 알 수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여성 위니와 에이바는 모두 중국계 미국인이다.
둘은 스탠퍼드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위니는 정확한 사유없이 대학을 자퇴해 떠났고, 에이바는 변호사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후 위니가 우연을 가장한 채 에이바를 찾아온다.
에이바는 변호사 일을 그만 둔 후 아들 헨리를 잡애서 키우고 있다.
물론 혼자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마리아라는 도우미가 있다.
우연한 만남과 위니가 들고 있는 값비싼 백은 에이바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위니는 에이바를 자신의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모조품을 반품해 수익을 얻는 사업을 보여준다.
그럼 매장에서 산 진품은 어디에 있을까?
이베이에서 정품보다 5% 싼 가격에 바로 팔려나간다.
진품과 모조품의 가격 차이와 미국의 쉬운 반품 정책에 기댄 사업이다.
소설의 구성은 에이바의 자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이바가 어떻게 이 사업에 끼어들게 되었는지, 끼어든 후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신이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후 시간순으로 말한다.
이 과정은 자신의 불행하고 힘든 육아도 같이 풀어낸다.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위니가 요구하는 것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더 부각시킨다.
읽다 보면 에이바에게 거리를 두면서도 그녀의 행동에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중국에서 겪게 되는 일들은 이 이해를 조금 더 굳건하게 한다.
하지만 읽는 내내 우리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는 것을 놓친다.
그것은 이 모든 이야기가 교차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모조품만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중국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입시 부정과 미국 병원 장기이식 수술 순서 비리도 같이 나온다.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부모들의 처절한 노력이 나오는데 결코 낯설지 않다.
에이바의 마지막 정신적 마지노선을 무너트리는데 유치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리가 있지만 좋은 변호사를 구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문제들은 에이바가 저지른 잘못을 살짝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위니는 에이바를 설득하기 위해 명품업체들의 폭리를 부각시킨다.
단순하게 에이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중반 이후 다른 사실을 마주하면서 또 놀란다.
진품과 모조품의 모호한 경계, 모조품의 한계를 부각시키는 항공기 사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우리의 뒤틀린 욕망도 같이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