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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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이상의 재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읽으면서 기대한 장면은 마지막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유쾌하고 언제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튈지 모른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독립적인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가게 된 이발소의 주인은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일까?

단순한 실수 혹은 서툰 이발 솜씨?

주로 오는 손님들은 이런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안마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히게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직장 여성, 기억 상실에 걸린 남자, 취업에 나선 취업준비생.

항상 고개를 숙이는 회사원, 집에 든 도둑 때문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여성, 은퇴한 할아버지 등.

이들이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사람이 화자로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평소 가던 미용실 등이 문을 닫아 우연히 이 이발소에 들어간다.

여성 이발사가 자신의 가정사에 대한 수다를 떨고, 마사지를 받다가 잠든다.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너무나도 바뀐 자신들의 눈썹이나 머리 모양에 놀란다.

하지만 이 변화가 그들 마음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눈썹이나 머리 모양은 사람의 인상을 쉽게 바꾼다.

바뀐 모습에 그냥 적응하고 다음에 이 이발소에 오지 않으면 이야기가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이들은 바뀐 외모가 그들 마음에 변화를 불러오고, 행동으로 이어간다.

첫 이야기는 눈썹으로 인상을 바꾸고, 바뀐 인상의 힘을 경험하게 한다.

단순히 외모가 바뀐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자존감을 높여준다.

이 자존감은 없던 것이 생긴 것이 아니라 억눌려 있던 것이 튀어나온 것이다.

항상 고개만 숙이던 직장인이 산행에서 자신의 숨겨진 지식을 드러내는 것처럼.

이 변화는 거대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쌓였던 것의 전환점이 된다.

황당한 듯한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밌어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론 기억상실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는 오해에서 시작한다.

이상한 이발소에서 야쿠자처럼 머리를 깎으면서 더 오해한다.

이런 오해가 그의 새로운 삶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홀로 사는 여성의 두려움을 극대화한 후 강인한 여성으로 변화를 다룬 이야기도 있다.

강한 여성으로 변하는데 가장 노력한 것은 그 여성 자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보다 더 완성형에 가깝다.

이와 비슷한 완성형이 한 소녀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다.

스님 같은 머리에 스님 옷을 닮은 옷을 입은 할아버지의 변화 이야기다.

이 단편에서 변한 것은 단순히 할아버지만이 아니란 것이다.

모두 읽은 후 이 수상한 이발소의 정체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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