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읽는 작가다.

작가의 전작 <노멀 피플>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본 적이 있다.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랐다는 사실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런데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쪽수만 놓고 보면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데 한 쪽의 글들이 빽빽하다.

대화에서는 문단의 구분이 없어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누구 말인지 놓친다.

이런 글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가독성의 여부와 상관없이 속도를 내기 힘들다.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두 편의 소설로 성공한 작가가 된 앨리스.

앨리스의 대학 친구이자 문학잡지 편집자 아일린.

데이트 앱 틴더를 통해 앨리스가 만난 노동자 펠릭스.

아일린이 오랫동안 좋아했던 의회 보좌관 사이먼.

하지만 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앨리스와 아일린이다.

둘의 삶과 일상에 이 두 명의 남자가 끼어들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앨리스와 아일린의 관계와 만남은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서로에게 긴 이메일을 보내지만 전화 통화는 하지 않고, 멀지 않은데 만나러 가지 않는다.


소설가로 성공한 앨리스는 신경이 쇠약해진다.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낯선 곳에 집을 사 머문다.

틴더로 처음 펠릭스를 만났을 때 둘 사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앨리스의 이탈리아 출장에 동행하면서부터다.

자신의 번역본 출간 때문에 가는데 그를 자신의 돈으로 데리고 간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그 어떤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녀가 자신의 병을 숨긴 것처럼 잘 갈무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펠릭스는 책을 잘 읽지 않아 그녀가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 모른다.

왠지 모르게 이 둘의 관계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나의 선입견 탓일 것이다.


아일린은 문학과 관련해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학창 시설 아주 많은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글을 쓰지 않고 편집자로 남아 있다.

아일린은 오래 만난 에이든이란 남자 친구가 있지만 헤어졌다.

이런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친구가 바로 어릴 때 함께 자란 사이먼이다.

큰 키에 뛰어난 외모를 가진 그에겐 미모의 어린 여자들이 항상 있다.

이 둘이 우연히 만나 농담처럼 대화하는 것을 보면 좋은 친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둘 사이에 장난처럼 나눈 폰 섹스를 통해 둘은 가까워진다.

아일린이 사이먼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어릴 때부터 있던 것이다.


앨리스와 아일린이 만나고 사귀고 갈등하는 두 남자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앨리스와 아일린 사이에 오고가는 이메일에 더 관심이 간다.

단순히 자신의 감정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철학과 사회 문제도 같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둘의 메일 교환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기독교에 대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요 무대가 아일랜드인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다.

네 명의 남녀 중에서 교회에 제때 가는 인물은 사이먼이 유일하다.

바뀌고 있는 시대 분위기와 예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서로가 만나 즐거운 듯한 상황에서 엇갈리는 지점이 생길 때 내가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해석하고 평가하기보다 그냥 보여주는데 그 이면을 보지 못한다.

어느 순간 나의 삶에 선입견이 자리잡고 시선은 있는 그대로 보는 힘을 잃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