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픽션 나이트
반고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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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요즘 이 문장을 자주 쓴다.

이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지만 상당히 재밌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두 편은 서로 이어져 있다.

흔한 듯한 소재를 잘 버무려 풀어내고, 마지막에 살짝 반전을 넣는다.

미스터리 같은 구성으로 이어가다 풀어낸 반전은 단서 때문에 바로 알게 된다.

억지로 이야기로 뒤집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러보내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어떤 단편은 호러보다 판타지 영웅의 탄생 같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고, 나로 하여금 착각하게 하면서 멋진 반전을 보여준다.


<당신과 가까운 곳에>는 괴담 동호회 회원들과 귀신의 이야기다.

늦은 밤 폐병원에 모여 자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각자가 경험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서늘한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귀신의 눈과 마주칠 때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을 알게 된다. 재밌다.

<귀신은 있다>는 이 동호회에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느끼게 되는 귀신의 기척.

그는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이 동호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연과 하나의 장면은 서늘하고 가슴이 아리다.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처음에는 화장실 귀신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외딴 화장실에 찾아간 나.

이 화장실 벽에서 누군가와 필담을 주고받는다.

처음에 이들의 대화를 보고 귀신이나 다른 두 시간 대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친구의 실종, 그 친구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한 회상.

어느 날 갑자기 그녀에게 날아온 ‘죽어’라는 편지와 동물들 사체.

화장실 필담과 점점 연결되는 이야기, 잔혹한 진실과 감춰진 오해.

뒤로 가면서 서늘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잔혹하고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벽 너머의 소리>는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함께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소심했던 한 소녀가 어느 날 깨닫게 되는 초능력.

종이 전화기를 통해 먼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소리도 전달이 가능하다.

이 능력을 이용해 그녀는 학교 폭력 현장에서 귀신처럼 목소리를 낸다.

자신의 이런 능력을 가장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의 마수에서 구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능력을 말할 수는 없고, 그 친구의 위험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먼 곳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재밌다.

개인적으로 장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고 소심한 한 영웅의 멋진 활약이 나올 것 같다.


<과거로부터의 해방>은 알코올 중독자의 이야기다.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는데 항상 낯선 곳이나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혹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문을 막아 놓지만 실패다.

마지막으로 잠긴 옥상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뭐지? 하는 의문과 함께 마지막 반전이 나의 오독과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검은 짐승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차를 마시려는 사람의 무서운 이야기다.

노인과 아이가 보이지 않는 마을, 이 마을의 숨겨진 비밀.

이 비밀과 마지막에 드러나는 장면 사이를 연결하는 이야기 하나. 뭘 놓친 걸까?

<제3의 종>은 기차 안에서 만난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한다.

흔한 전개이고, 괴담이 흘러나오고,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그 어떤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다 쓰레기와 그가 바다를 찾아온 이유가 나온다.

마지막에 던진 한 마디와 그 이유가 드러날 때 많은 것이 밝혀진다. 잘 짜인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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