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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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현재까지 작가의 유일한 한국어 번역 소설이다.

작가가 한국 독자에게 보낸 말을 보면 야구를 보기 위해 잠실, 부산, 광주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야구 보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오키나와에 전지훈련을 오는 팀에 대한 이야기도 한국 독자에게 보낸 말에 나온다.

이런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정보이고,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다른 것이다.

첫째는 당연히 아쿠타카와상 수상이고, 다른 하나는 두 개의 태풍 후 나타난 신비한 생명체다.


가능한 기회가 되면 읽으려고 노력하는 상 중 하나가 아쿠타가와상이다.

대중적인 재미는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일본 소설의 현재를 알기에는 좋다.

묵직한 내용들이 담긴 소설들이 많은 데 이 중 몇몇은 지금도 내 관심의 대상이다.

그리고 작가의 이력 중 쇼겐SF단편상 가작 수상작가라는 것이 있다.

이 수상 이력이 두 개의 태풍 후 나타난 신비한 생명체란 설명을 SF소설로 해석하게 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담긴 내용은 SF보다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역사와 정보 등을 다룬다.

정면에서 오키나와의 역사를 다루지는 않지만 살짝 비껴 서서 풀어낸다.

이것과 맞닿아 있는 것 중 하나가 미나코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미나코는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에서 일한다.

이 일은 무보수로 하는 일이고, 다른 직업은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에게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일이다.

이 도서 자료관은 개인이 모은 자료로 개인이 운영하는 자료관이다.

이 자료관의 자료는 결코 적지 않고,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한 자료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얻은 직업이 상당히 수상해 보이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방음이 잘 된 방에서 홀로 낡은 컴퓨터에 앉아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일이다.

닫힌 듯한 미나코의 일상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수단이 바로 이 온라인이다.

그녀가 낸 문제를 온라인으로 접속한 외국인들이 답을 말하고, 약간의 대화를 한다.

이 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축적되고, 나중에는 작은 부탁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정면에서 마주한 오키나와 역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불행했던 오키나와 역사가 간략하게 나온다.

물론 불행했던 오키나와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했던 시절의 한 모습이 바로 태풍 후 나타난 말 히코키다.

히코키는 오키나와 미야코산 특산말인데 속도 경주에는 별로이다.

하지만 느린만큼 다른 방식의 류큐 경마 대회가 벌어진다. 재밌는 부분이다.

오키나와는 2차 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와 파괴의 현장이다.

강요된 자살, 파괴된 문화재와 가옥들, 미군의 점령.

미군의 점령 아래 있던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복귀하면서 생긴 문제들.

아는 것이 많은 만큼 이 지역의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오키나와 역사 자료관을 세운 사람이나 미나토나 모두 오키나와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료를 모아 한 지역의 역사를 지키려고 한다.

개인의 열정에 의한 자료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보관 문제도 있다.

이런 자료들은 스마트폰으로 찍어 계속 저장하는 일을 미나코가 한다.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이 자료를 여러 곳에 분산 보관한다.

이 일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들이 바로 온라인 퀴즈로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외부와 단절된 듯한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들과 주고받은 대화 속에 또 다른 비극과 다른 삶과 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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