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참지 않아 탐 청소년 문학 34
설재인 지음 / 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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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청소년문학 시리즈 서른네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에 나온 책 중 읽은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좋아하고, 관심 있는 작가나 소재를 다룬다면 읽게 된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설재인이다.

이번에도 작가가 먼저 관심을 끌었고, 작가의 전 직업과 연결된 이야기라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이야기는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현실적이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만나게 되는 문제들이 나온다.


이 소설의 구성에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화자를 두 명으로 내세워 진행하는데 그 하나가 주인공 가족을 지켜보는 새다.

이 새는 줄눈박이인데 단순히 관찰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가족의 일에 직접 개입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면서 재밌게 본다.

줄눈박이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

쌍둥이 명하와 명익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면서 그들의 행위를 알려준다.

덕분에 명하의 시선에서 볼 수 없었던 명익이나 명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쌍둥이 남매의 엄마는 이들이 다니는 항만 중학교의 선생이다.

마흔 살의 힙스터 주은희 선생님. 젊은 여자 선생님보다 더 사랑받는 선생님이다.

하지만 자신의 자식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 온 이미지가 한 방에 무너진다.

그것을 명하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의 노트북이 고장나 명익의 노트북을 사용하는 순간이다.

쌍둥이 오빠 명익이 학교의 인스타 셀럽이자 최고 스타 유진에게 악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 번만 보낸 것도 아니고 꾸준히 보냈다. 심한 욕설에 명하가 놀랄 정도다.

이 메시지는 유진이 캡처해서 자신의 인스타에 올려놓았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지만 조롱하면서 멈추지 않는다. 결국 신고한다.

본격적인 문제는 이 신고 이후에 벌어진다.


누가 여진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안 경찰은 학교에 통지한다.

학교에서는 이 문제가 밖으로 퍼져 나가길 바라지 않고, 은희 샘은 처벌에 반대한다.

이런 사실이 당사자인 여진에게 알려지지 않고 담임의 통화와 담임 여친의 수다로 알게 된다.

명하가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엄마에게 말했을 때 보여준 반응 때문에 친구집으로 가출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후 학교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된다.

그것은 교칙이 없어 공식적인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아이들에게 이 학교는 어떻게 보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명하를 비롯한 친구들은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고 한다.

시위를 하면 될까? 교육청에 민원을 넣으면 될까?

그 무엇보다 과연 어른들을 믿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이런 부당한 현실에서 소녀들이 연대하고 행동하게 한다.

설정 중 하나로 명하가 걸스힙합부, 여진이 방송댄스부로 춤을 춘다는 것이다.

단순히 춤을 함께 춘다고 이 문제가 크게 알려지지는 않는다.

이때 한 친구가 또 다른 연대의 길을 찾아낸다.

이 과정 속에 여진의 일기는 자신이 겪은 일들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 연대의 결과물보다 다른 일이 더 큰 문제가 되는데 이것이 현실이다.

뛰어난 가독성과 현실적인 학교와 학생의 모습, 개성 있고 재밌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강하게 끈다.

명하와 그 친구들의 새로운 문제 해결을 다룬 소설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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