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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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단 두 권을 낸 작가인데 전작 <이상한 집>도 급속하게 관심이 간다.

제목에서 예상한 이상한 그림과는 다른 내용이다.

내가 예상한 이상한 그림은 화가가 남긴 그림이었다.

그림을 둘러싸고 괴이한 사건이 벌어지는 기존의 소설들처럼.

하지만 이 소설은 일러스트와 화가, 신문사 편집국 직원 등이 남긴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화려하거나 괴상하거나 기이한 그림이 아니라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이 평범해 보이는 그림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은 예상을 초월한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 하나를 보여준다.

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한다.

그리고 심리학자가 이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해서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여기서 작가는 살짝 미끼를 던지고, 작은 단서도 함께 제시한다.

이어 나오는 이야기는 한 남자의 블로그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오컬트 동호회 후배 구리하라가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해서 그 기록들과 사진을 열심히 읽는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남편의 일상 기록이다.

하지만 그 남편의 아내가 죽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 남긴 마지막 멘트가 서늘하다.

후배를 만나 사사키는 아내가 남긴 사진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낸다.

이것이 진실인지는 말하지 않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한 엄마가 아이가 마구 그린 그림 때문에 화를 낸다.

잠시 후 화를 풀어내고 아이와 사이 좋게 지낸다.

엄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신은 동네 슈퍼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아이 유타의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죽었다.

유타가 그린 집 그림에는 아이가 배운 한자가 적혀 있다.

물론 어려운 한자는 아직 적을 수 없어 가타가나로 적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6층에 구름 같은 모양이 있다. 이번 이야기의 수수께끼다.

엄마가 일어나니 유타가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집에도 도착하지 않았다.

이때 유타가 그린 그림을 두고 엄마와 어린이집 교사의 생각이 엇갈린다.

그림을 두고 심리학자의 해석이 얼마나 자의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자를 뒤쫓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존재, 엄마의 불안감.

이전 이야기와 이어지는 듯한 이름과 상황이 두 이야기를 연결해준다.


이 작가는 문장에 아주 섬세한 트릭을 집어넣었다.

2장에서도 그랬지만 3장 도입부는 읽는 도중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살해당한 미술 교사의 마지막 그림을 둘러싼 해석에 아주 중요한 단서가 있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미술 교사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감정은 현실적이다.

그를 죽일 수 있는 사람으로 용의자가 있지만 알리바이가 있어 쉽지 않다.

경찰 수사가 멈춘 후 그에게 은혜를 입은 제자가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그의 조사에는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는데 현장에 와서 교사가 남긴 그림에 위화감을 느낀다.

어떻게 그린 것인지는 알아내었지만 그 마지막 유작의 의미는 몰랐다.

그리고 누가 그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마지막 이야기가 나온다.


한 편 한 편이 단편소설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단편들을 이어주는 이름이 나오면서 하나로 연결되고 앞에 나온 의문들이 풀린다.

마지막 장에 오게 되면 그 서늘한 살인과 의지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살의 앞에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숨기고자 한 마음이 울림을 준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헛소문과 질투 등이다.

한 번 엇나간 길을 바로잡는 것은 보통의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멋진 구성과 섬세하게 풀어낸 문장과 장면 등은 그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한 동안 이 작가의 작품은 계속 주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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