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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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정은영의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이후 두 번째로 읽는다.

이 얇은 단편집에는 두 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산책>과 <경유지에서>이다.

이 두 편 모두 짧은 단편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 취향만 놓고 본다면 이번 단편집이 더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장르는 분명 SF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장이니 이야기는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든다.


<산책>은 신도시로 이사 온 여경의 집에 집들이 온 윤경의 시선을 담고 있다.

단지 안에 수목이 십 미터도 넘고, 각 동 사이의 간격도 상당히 떨어져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실제 신도시 아파트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지만 서울 아파트와는 사뭇 다르다.

단지 속에 쉼터가 있고, 집밖을 조금만 나가도 쉽게 산책할 수 있다.

더 넓어진 공간, 높아진 삶의 질. 하지만 서울까지의 출퇴근 시간은 더 늘어났다.

집에 모든 것을 걸고 사는 한국인에게 이런 좋은 장점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집값이다. 강남에 대한 환상이다. 씁쓸한 대목이다.


<경유지에서>는 읽으면서 이화의 행동에 놀랐다.

초급반 영어 강사 에릭에게 자신의 집 주소와 문 비밀번호를 쪽지로 전달한다.

능청스럽게 에릭은 빈집에 들어와 누워 있는다.

이 둘은 길지 않은 시간 동거한다. 이화의 이런 행동은 무엇 때문일까?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찾아온 거대한 상실감 탓일까?

이화는 에릭의 작은 일탈들을 그대로 받아준다.

제대로 거절할 줄 모르는 그녀의 삶이 만들어낸 현실적 대응이다.

에릭은 또 어떤가? 그는 영어 사용자란 것 하나만 믿고 동아시아를 돌아다닌다.

한국 영어 시장의 현실과 한 여성의 상실감이 맞물려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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