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좀비 -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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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좀비가 되었는데 장르는 코믹 호러다.

처음 코믹 호러 이야기란 소개를 보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엄마가 좀비가 되었는데 어떻게 코믹함이 들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이야기가 점점 더 진행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와 다른 좀비라는 설정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좀비란 설정만 가지고 이런 설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작가의 필력과 세부적인 설정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 상황 때문에 살짝 웃는 순간들이 생긴다.


아빠의 불륜. 용서 없는 엄마의 힘겨운 나날.

아들은 자발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에 박혀 아주 가끔 학교에 나간다.

우연히 외출한 아들 녹현은 다이소에서 근무하면서 진상 고객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본다.

엄마를 위로하고 착한 아들이 바로 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현실은 없다.

엄마는 아들이 학교에 나가길 바라고, 아들은 전교 1등을 하니 무슨 상관이냐고 대든다.

이 갈등의 원인은 엄마가 가차없이 좇아낸 아빠의 부재 때문이다.

남편을 내보낸 후 엄마는 경력 단절과 싸우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쉽지 않다.

아들 녹현은 자신의 방을 쓰레기로 가득 채우고, 더 반항적으로 나간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방을 뒤지다 좀비로 변한 엄마를 발견한다.

녹현을 물려고 한다. 바로 엄마를 발로 찬다. 방에 가둔다.

보통의 좀비 소설이라면 좀비가 더 무섭게 달려들고,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좀비를 죽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종류의 좀비 소설이 아니다.

세상이 좀비 바이러스로 가득 차 지금 죽이지 않으면 멸망할 정도의 세계가 아니다.

뉴스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회 문제가 된다는 방송도 없다.

녹현은 일단 엄마를 가두고, 어떻게 이 상황을 넘어갈지 고민한다.

좀비가 된 엄마를 죽일 수 업기에 생기는 문제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가장 먼저 좀비를 굶길 수 없다. 굶기면 더 사납고 시끄럽다.

엄마에게 먹일 생고기를 사러 간다. 당연히 피가 뚝뚝 떨어진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싼 호주산이나 미국산 대신 한우를 산다. 선지는 덤이다. 물론 엄마의 돈이다.

비싼 식재료는 그만큼 모아 놓은 돈을 빠르게 소진시킨다.

아빠에게 전화해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사정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에 가끔 간 학교에서 학교 일진 동민이 그를 기다린다.

50만 원짜리 게임 아이템 분실 문제로 녹현이를 갈구는 중이다.

학교도 집도 녹현이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


무섭고 무겁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지만 작가는 조금 가볍게 진행한다.

녹현을 물려는 엄마를 때리고 두들기고 수면제를 넣은 음식으로 재운다.

몰래 집밖으로 나간 좀비 엄마를 찾아 힘들게 데리고 온 적도 있다.

이런 현실은 알게 되는 친구도 나타난다.

이때 좀비 엄마를 상대하는 이들에게 그 어떤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좀비 바이러스가 어떤 종류인지 알려주는 인물이 나타난다.

여기서 이야기는 또 한 번 뒤집어지는 상황을 마주한다.

좀비가 된 사람이 정상으로 돌아온 일이 있는 것이다. 아주 로맨틱한 방식으로.


녹현이 좀비 엄마를 집에 가둔 후 일어나는 상황은 곰곰이 생각해볼 내용이 많다.

항상 부모의 돌봄 아래 있는 열여섯 소년이 이제는 엄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한다. 가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과 좀비 엄마의 잔존 이성이 이를 막았다.

이런 장면이나 상황 등이 엄마를 좀비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고 엮인다.

조금은 뻔한 방식으로 마지막을 풀어내지만 그 과정은 재밌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는 미화된 과거의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다.

어린 녹현의 실수나 착각은 이 부분을 더욱 부각시킨다.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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