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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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되었던 소설이 종이책으로 나왔다.

이제는 이런 출간 방식이 조금은 흔한 일이 되었다.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조금 손봐 내 놓거나 많은 편집을 거친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의 경우는 어떤 방식인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출간된 책만 놓고 보면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를 잘 끌고 간다.

다만 좀더 압축하고, 주인공을 더 몰아붙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 중반 이후로 넘어가는 숨겨진 악당이 누군지 짐작하는 것이 쉬웠다.


필명인데 이력을 보니 잡지사와 광고, 홍보 경력이 보인다.

이런 경력이 소설을 풀어가는 과정에 사실적이고 적절하게 녹아 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수행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하다.

사실 수행 기사들의 실제 삶을 이렇게 많이 다루는 소설을 본 적이 없다.

권력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다른 방식으로 많이 나왔지만 말이다.

주인공을 기자 출신 수행 기사로 만들어 이런 이면을 풀어낸 것은 상당히 재밌다.

그 작은 사회에서 관계를 쌓고, 정보 등을 교환하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모든 일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했다.

김유찬은 잡지사 기자를 하면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대리운전회사의 대리기사로 일한다.

짤짤한 페이와 슈퍼카를 몰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감으로 바쁜 시간이라 거절하려고 하는데 슈퍼카 부가티란 말에 달려나간다.

손님을 태우고 가려고 하는데 차주가 그를 알아본다.

초등학교 친구였던 정이준이다. 집에 도착하자 같이 한 잔 하자고 한다.

재벌가 아들의 집에는 비싼 술들이 가득하고, 오랜만에 둘은 취할 만큼 마신다.

그리고 다음 날 깨어났을 때 정이준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 상황에서 그의 애인인 윤조와 다른 동창 도원이 나타난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사인은 약물 중독사, 유찬의 마약 검사 결과도 양성이다.

이렇게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행히 기소 유예 상태로 풀린다.

하지만 이제 그를 고용하려는 회사는 없다. 나락으로 떨어진 채 2년을 보낸다.

그러다 회원제 대리운전회사를 통해 그에게 수행 기사 일이 들어온다. 면접을 본다. 합격이다.

IT기업인 위너 이한경 사장의 수행 기사로 취업한다.

이한경 사장은 일중독자이자 직원들에게 아주 친절한 사장이다.

비서실에서 첫 날 출근해 자신의 업무시간과 할 일에 대해 듣는다.

그 이외에도 낮 시간을 담당하는 수행기사 박영태가 있다. 둘은 일정을 공유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의 삶이 위너에 취직하면서 조금씩 풀린다.

하지만 작은 균열의 징조는 곳곳에서 보인다.

이전 수행 기사들의 사고와 사장 차량의 갑작스러운 이상 신호 등이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서 받아오는 정체 불명의 파란 쇼핑백도 수상하다.

이 가방을 주고받는 과정에 50만 원 정도가 든 봉투가 오간다.

여기에 정이준 사건과 관련된 두 사람 윤조와 최도원이 다시 나타난다.

윤조는 이한경 사장의 애인으로, 도원은 이 회사의 새로운 사업과 관련해서 말이다.

경찰서에서 만난 이준혁을 회사 로비에서 다시 만나는데 그는 위너의 상무다.

사장의 수행 기사로 일하면서 이 기이한 관계 속으로 빠져든다.


미스터리란 소개를 읽으면서 언제쯤 이 미스터리를 풀어갈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기업의 인수합병과 암투에 더 초점을 두면서 이 부분은 뒤로 미룬다.

밑밥을 잔뜩 뿌리지만 유찬의 업무를 부풀리면서 그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민가영과의 로맨스, 갑자기 사라진 박영태 기사, 회사 내부의 권력 투쟁 등이 엮인다.

이런 설정과 전개는 필력으로 재미와 가독성을 놓치지 않지만 기대한 미스터리는 더 밀리고 약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장기의 말처럼 움직이는 유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면 밝혀지는 진실과 자신의 위치가 씁쓸함을 준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에 나온 ‘대리인’은 통쾌하지만 사족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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