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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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9권이다.

언젠가 한 번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었다.

책상 위에 시리즈 첫 권 <로재나>가 놓여 있은 지 몇 년이나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 소설 속에 ‘로재나’를 죽인 범인이 등장한다.

혹시 이 사실이 <로재나>를 읽을 때 재미를 반감시킬까?

이 소설을 모두 읽은 후 사실 그런 생각은 많이 사라졌다.

작가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누가 범인인지보다 다른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는 다른 소설 속 살인범이 또 한 명 등장한다.


도입부는 간결하지만 아주 강렬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한 여자. 그녀의 목숨이 남은 시간은 이십칠 분. 다가오는 승용차.

낯선 곳을 가는 자동차. 서로 아는 듯한 모습, 여자의 기대. 남자의 살인.

시체 유기와 남자가 내뱉은 욕설, 진흙 구렁을 덮는 남자.

여자가 받아 마땅한 결말을 맞았다는 생각을 하는 살인자.

이 장면 다음은 마르틴 베크와 동료 콜베리가 절도와 살인사건의 용의자 림판을 감시하는 것이다.

영리한 림판은 훔친 장물을 팔지 않고 어딘가에 숨겨둔 상태다.

경찰은 그를 감시하면서 실수하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절도 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

그리고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는 도입부에 나온 여성의 실종 혹은 살인 사건 수사를 위해 떠난다.

장소는 스톡홀름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 남부 안데르슬뢰브다.


안데르슬뢰브 경찰서는 토요일은 쉬고, 일요일 근무에 대한 정보는 없다.

베크가 일요일에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거나 금지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이 작은 도시에서 이런 실종 혹은 살인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가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런 이면에는 로재나 사건의 범인이 실종 여성 스그브리트 모르드 옆집에 산다는 것이다.

그는 형량을 마친 후 이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찰에게는 이전 범죄 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용의자가 된다.


스그브리트 실종 사건의 용의자는 크게 두 사람으로 압축된다.

한 명은 당연히 로재나 사건의 범인이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전 남편이다.

이 두 사람의 알리바이 수사가 이어진다. 불확실한 점은 있지만 알리바이가 있다.

마르틴 베크는 비행기를 타고 오지만 콜베리는 차를 몰고 온다.

왜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오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마르틴 베크는 이 경찰서 담당 뇌이드와 함께 움직이면서 수사를 한다.

뇌이드는 상당히 여유롭고 이 한적한 마을을 사랑한다.

그의 이 마을에 대한 애정을 함께 차를 타고 나가면서 하는 설명으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 마음 근방에는 시체를 유기하기에 좋은 곳이 너무 많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는 계속된다.

그러다 다른 곳에서 수상한 차량을 검문하려다 경찰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재밌는 점은 총에 맞은 경찰들은 모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죽은 경찰의 이유가 밝혀졌지만 경찰을 사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경찰 살해자를 잡기 위해 아주 과도한 경찰력을 동원한다.

이 비효율적인 경찰 동원과 허술한 전술에 대한 부분은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복지 국가 스웨덴의 현실을 하나씩 보여준다.

1973년도 이야기이지만 국가가 홍보하고 보여주는 삶 이면을 파헤친다.


이 소설의 진행은 결코 빠르지 않다. 아니 느린 편이다.

현대의 경찰 소설이나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사건의 발생은 단발적이고, 경찰의 수사는 몇일이 지났지만 특별한 진행사항이 없다.

더딘 진행이지만 사건에 대한 생각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가능성을 검토하고, 외압을 견디고, 단서에 집중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이런 느슨하지만 현실적인 모습과 예상하지 못한 연관성 때문이다.

사실 마지막 장면만 놓고 보면 약간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실제 살인 사건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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