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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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다른 작품에 대한 평이 좋아 선택했다.

전작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의 뒷이야기란 것은 읽으면서 알았다.

‘완전히 또 다른 이야기’란 부분에 먼저 눈길이 갔다.

거기에 더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벽한 살인을 하는 박종혁이란 인물이 궁금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이런 살인자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 박종혁의 가공할 능력은 발휘되지 않는다.

이 완벽한 살인 능력도 조건이 붙어 있는데 그 조건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이 부분을 알려면 전작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소설 속에 제대로 나올까?


이 소설은 세밀하게 상황을 그려내지 않고 간결하게 보여주고 끝낸다.

검사 출신 이진수의 거대한 욕망이 상황을 만들고, 바꾸고, 틀어버린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박종혁은 이진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의 반대편에 선다.

하지만 이것도 이진수의 계획에 들어 있던 일이다. 대단한 인물이다.

박종혁이 최창길과 이원택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이진수를 치려고 한다.

이 미끼를 문 사람은 최창길이다. 그의 욕망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박종혁은 이진수를 무너트리려고 하지만 그의 편으로 다시 돌아선다.

이진수가 깔아 둔 계획 속에서 그는 무력하기만 하다.


이야기의 진행은 아주 빠르다. 생략된 시간만큼 디테일은 부족하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충돌하고, 정권을 잡으려는 노력과 의지는 다른 것과 엮인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기 위해 이진수와 그의 동료(?)들은 앞으로 달려나간다.

앞을 가로 막는 사람은 이진수가 가진 정보와 돈이 힘을 발휘해 치운다.

이진수의 돈을 먹지 않은 정치인이 없다는 말에 정치의 혈액은 돈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펼치는 정치 공작이 정치 거물 이원택에게 조금씩 막힌다.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힘을 이용해 이진수의 목줄을 조른다.

검찰의 칼이 그를 향하지만 대선의 결과에 따라 그 칼은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일을 얼마나 많이 봤던가.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을 이야기를 풀어간다.

박종혁의 완벽한 살인을 보지 못해 아쉽고, 그의 무력함과 두려움이 소설의 힘을 떨어트린다.

정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세부적인 설정이나 캐릭터의 힘이 약하다.

하나의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도 아니다.

설계와 기획 등에 맞추어 상황을 이끌지만 정치는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이진수의 능력이 대단한 것으로 포장되어 나오지만 그 힘은 정보와 돈에서 비롯했다.

이런 힘도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고 간결한 표현으로 넘어간다.

좋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 중심을 잡아주고, 그 중심에 퍼져 나가는 설정이 약하다.

모두 읽은 지금 가장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이진수가 변하게 된 계기다.

다른 소설 한 권 더 읽은 후 이 작가에 대한 호불호를 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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