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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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설정과 마케터의 “술술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려운 책”이란 평가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떻게 보면 흔하게 보는 평가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설정은 몇 가지 이야기를 듣자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를 프레드릭 배크만의 세계로 처음 인도했던 책이다. 그 후 다른 책들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모두 읽은 지금 간단하게 말하면 ‘애니 라이언스’의 세계로 처음 인도할 책이 이 소설이다.

정말 술술 읽히는 책이고, 유도라의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정말 매력적인 소녀 로즈는 톡톡 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로즈와 유도라 콤비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유도라 허니셋. 85세의 노인이다. 홀로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 왜 그녀가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중간중간 그녀의 과거로 알려준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불행이, 가족이 그녀 삶의 발목을 잡는다.

2차 대전 당시 전쟁터에 나간 아빠가 전사하면서 그녀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아빠가 전쟁에 나가기 전 임신한 엄마가 낳은 동생 스텔라는 엄마와 늘 싸우면서 서로 악다구니한다.

이 두 사람이 싸우는 중간에서 그녀는 아주 힘든 중재자 역할을 한다.

남편의 죽음과 그 불행을 딸 탓하는 엄마, 사랑받지 못하자 엇나가는 스텔라.

아빠가 떠나기 전 부탁한 대로 유도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삶은, 불행의 수레는 결코 그 속에 매여 있는 사람을 비켜가지 않는다.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그녀를 목매게 만든 아빠의 부탁이 가슴 먹먹하게 했다.


늙은 노인 유도라가 바라는 것은 안락사다.

실제 안락사하기 위해 스위스의 회사에 안락사 신청까지 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거나 다른 건강의 문제는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건강할 때 죽고 싶어한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건강을 유지한 채 충분히 살 수 있는 나이다.

실제 유도라는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할 정도로 체력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시에 찾아올 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공포가 안락사를 선택하게 한다.

이 안락사는 신청한다고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당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 소설에서 이 절차를 밟아가는 도중에 그녀 삶의 변화를 조금씩 집어넣는다.

그 변화는 시작은 옆집에 이사 온 가족의 유쾌한 딸인 열 살의 로즈다.


로즈는 조금 튀는 의상을 입고 유쾌하게 유도라에게 다가온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 한 명이 더 끼어드는데 바로 스탠리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가 키우던 개 두 마리와 늘 산책하는 노인이다.

유도라가 넘어졌을 때 앰뷸런스를 부른 인물이 스탠리다.

그는 자식과 손자들이 여러 명 있지만 아내의 부재를 강하게 느낀다.

이 3명이 친구가 되어 서로 도우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유도라가 이전에는 거의 느껴보지 못한 삶의 모습들이다.

여기에 로즈의 엄마가 출산하는 것을 도와주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 경험은 그녀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잘 몰랐던, 잊고 있던 행복이다.


3명이 어우러져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사이에 그녀의 과거가 끼어든다.

솔직히 이 과거 부분은 읽으면서 아주 불편했다. 이렇게까지 삶이 꼬일 수 있다니.

착해서, 아빠의 부탁이란 주술에 묶여 그녀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데 로즈와 스탠리의 등장은 그때 누리지 못한 행복을 보상해주는 듯하다.

작가는 여기에 로즈의 불편한 학교 생활을 덧붙이면서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낸다.

성장은 로즈의 것만은 아니다. 유도라도 이 만남과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그리고 곳곳에 영국식 유머를 풀어놓아 살짝 웃게 한다. 물론 아닌 대목도 있다.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과 짙은 우정은 정말 멋지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고, 아주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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