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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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 그래픽 컬렉션 중 한 권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좋아한다.

상당히 두툼하고, 글자가 많아 다른 그래픽노블보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각 국적이 다른 세 명의 여성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본 태생 미국인 나오, 한국에서 온 혜정, 싱가포르에서 온 티나 등이다.

이 세 명이 세어하우스 히마와리 하우스에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사랑하는 것을 다룬다.

그리고 왜 이들이 먼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도 같이 풀어낸다.

그림체 등을 보면 일본 만화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나만의 착각일까?


이 만화의 편집도 읽는데 약간 어려움을 겪게 했다.

일본어로 나오는 부분은 일본어를 같이 표기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것은 다른 문제다.

무시하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괜히 읽으려고 한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나오 등이 이해하지 못해 생략한 부분이 나오면 더욱 그렇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아주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의 말을 일부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현상은 일어난다.

물론 이런 상황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일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나오는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지고 일본에 왔다.

낯선 문화를 전철에서부터 경험한다. 조금 힘들게 히마와리 하우스에 도착한다.

이런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두 여성이 있다. 혜정과 티나다.

곧 이 세 명은 함께 어울리면서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이 집에는 이 세 명 이외에 일본이 형제 둘, 신이치와 마사키가 같이 거주하고 있다.

그 중 마사키는 여자에게 심하게 부끄러움을 탄다. 오해를 받을 정도다.

이 오해가 우연한 기회에 풀리고, 그는 나오의 마음 속으로 조금씩 파고든다.

이 둘이 서로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로 힘들어할 때 장면은 아주 재밌다.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마사키의 숫기가 너무 없다.


나오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한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오가 1년간 일본에 살며 일본어를 배우려고 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이런 그녀와 달리 혜정과 티나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일본에 왔다.

작가가 상대적으로 더 비중 있게 이야기를 다루는 인물은 혜정이다.

그녀가 부모의 기대와 달리 갑자기 일본에 왔는데 그 이유가 나중에 나온다.

부모와의 갈등, 어린 시절의 추억, 명절, 부모님의 생신 등이 그녀의 감정을 드러나게 한다.

읽으면서 혜정의 비중이 많은 부분과 사실적으로 한국의 현실을 그려낸 부분에 놀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에 잠시 산 적이 있다고 한다.


나오가 미국에서 당한 인종차별을 티나가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일본인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고객의 말이다.

다른 하나는 술집에서 손님들이 티나를 유쾌하게 부르면서 껴안는 행위 등이다.

이런 혐오와 차별이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부분은 한국으로 확장하면 우리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작가는 다양한 국적의 여성을 등장시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억지로 과장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독자의 인식을 끌어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곳곳에 각 나라의 문화 등을 넣어 놓았다.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일본의 풍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

추운 겨울 고타츠 안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만 온돌을 그리워하는 혜정도 같이 보여준다.

각각의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세 명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웃고 눈물을 흘린다.

티나의 짝사랑을 보면서 응원하게 되고, 엇갈린 합격 통지에 아쉬움을 느낀다.

영어 문법에 대한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K 드라마의 영향으로 어수룩한 한국어도 한다.

이 셰어하우스에서 세 명의 여성들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보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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