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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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앤솔로지 10권이다. 안전가옥×왓챠 공모전 수상작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중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있다. 행복한 일이다.

이번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처음 만난다. 흔한 일이 아니다.

앤솔로지와 안전가옥 책들을 자주 읽다 보니 아는 작가들이 점점 많아진다.

좋은 일인데 책 욕심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문제다.

이번 앤솔로지의 주제는 제목에 나온 ‘이중생활자’다.

서문에서 말한 것 같은 방식이 가장 흔하고 알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 다양한 삶의 모습 중 다섯 가지를 뽑아 이야기를 풀고 엮었다.


최현수의 <열일곱, 여름, 전쟁>은 왠지 조금 무거운 라이트 노벨을 연상시킨다.

적대적인 두 나라의 이름, 소년들이 주인공인 점, 청소년 스파이 등 그 이유 중 하나다.

암국의 군사학교에 잠입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영, 영의 기숙사 파트너인 이비.

처음에는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두 소년.

자신이 주입 받은 것과 다른 현실. 다른 분위기. 청춘의 열정.

자신을 적을 없애는 폭탄으로 이용하려는 명국의 군사 작전.

끌림과 순수함과 열정은 갇혀 있던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고 깨닫게 한다.


나혜림의 <드림센스>는 꿈과 한국형 요괴 두억시니를 엮었다.

맥에게 물려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소녀 설이와 그녀의 담임인 화식조 선생.

잠자는 아이들의 꿈을 먹고 더 강해지는 두억시니.

이 둘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사람들의 꿈을 먹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런 과정에 오고 가는 대사나 지독한 현실적인 화식조의 말들은 웃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쾌하고 유쾌하게 진행되고, 이 두 콤비의 활약이 재밌다.


김해일의 <부귀수산>은 무겁다. 엄마와 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전직 해녀 춘단은 양식장 겸 횟집을 운영한다. 거의 위장 사업체다.

주요 수입원은 도망치려는 사람들의 물건을 숨겨주고 받는 수수료다.

그녀에게 이런 사업 방식을 처음 알게 한 인물이 나나다. 나나는 이 일을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나나가 소개한 친구가 피 묻은 트로피를 들고 찾아온다.

다른 물건처럼 큰 조개에 숨긴다. 그리고 경찰이 춘단을 찾아온다.

용의자의 내비에 부귀수산 주소가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녀는 이 주소를 지우지 않았을까?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 사건과 춘단의 과거가 엮이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효원의 <부처핸접>은 가장 흥겨운 단편이다. 랩과 판타지를 엮었다.

망해가는 학선사를 살리기 위해 엉성한 템플스테이를 연다.

치매가 있는 큰 스님이 속아 탕진한 5억을 벌기 위해 랩 배틀 프로그램 <샤워 미 더 머니>에 나간다.

지거 스님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짝퉁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랩퍼 무량이 지나가듯 한 말 때문이다.

그런데 지거의 단순한 변장을 무량은 알아채지 못한다.

학선사에 와서도 지거와 자신의 팀원을 구분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금방 알아채는데.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황당하고 코믹하고 엉뚱하고 흥겹다.

연작 단편으로 만들어도 흥겨울 것 같은 소재와 유쾌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이산복의 <단골손님>은 49년생 세탁편의점 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다양한 약을 먹으면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게는 친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집 뒤편에 고양이 시체가 쌓여 있는데 고양이 이빨들이 모두 빠져 있다.

그의 세탁소에는 다양한 손님이 찾아온다. 진상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한 단골손님을 조용히 찾아와서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간다.

얼마나 좋은 단골인가! 그런데 그가 맡긴 옷에서 이상한 물건이 나온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단골손님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전직이 궁금해진다. 어둡지만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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