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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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열네 번째 개인 소설집이자 첫 해피 엔딩 모음집이다.

이 작가의 단편은 여러 곳에서 읽었지만 단편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 단편집을 재밌게 읽어 더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충족되었다. 흔한 일은 아니다.

솔직히 다른 앤솔로지에 실린 단편의 경우 나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생각에 반전을 가져온 것이 지난 단편집 <청부살인 협동조합>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작가의 단편에 환호하는지 알게 되었다.

언제 시간 내어 초기 단편집을 한 권씩 읽고 싶은데 그 가능성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인터넷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감상이 나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갑작스럽게 떠오른 작품에 대한 생각을 잘 적어 놓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어떤 단편은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읽던 머리를 들고 내 가족과 친구와 아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어떤 단편에서는 기발한 발상과 반전에 감탄을 자아내었다.

물론 너무 감상적이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단편도 아주 가끔 나왔다.

아쉬운 점은 나의 저질 기억력 때문에 모든 단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점점 게을러지면서 좋았던 문장이나 단편을 표시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몇몇은 제목을 보면서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작은 눈사람>은 인간의 이타심을 멋진 반전으로 보여준다. 사람에게 희망을 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벌금 만 원>은 절박한 한 가장의 좋은 친구들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자살하러 가는 길에>는 솔직히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강한 공감은 하기 힘들었다. 너무 부정적인가?

이 단편은 <천사의 변장>과 비교할 수 있는데 역시 아름다운 이야기다.

<내향적인 홍이>는 눈시울을 붉히게 하면서 마지막 문장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표제작 <인생 박물관>은 솔직히 설정 이상의 재미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생애 첫 낚시>에서 옆 낚시꾼이 보여준 반응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시간을 늘려 놓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 <우주의 법정>은 철학적인 부분이 있다.


<친절한 그녀의 운수 좋은 날>은 마지막 장면을 보고 활짝 웃었다. 이런 경우도 있어야지 하고.

<도굴꾼의 아들>은 개발과 문화재 보호를 멋지게 엮었다. 현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인생 최고의 업적>은 도식적인 구조이지만 읽는 재미가 있다.

<가족과 꿈의 경계에서>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 부모의 마음과 그 딸의 선택이 잘 맞물려 있다.

<인생의 조언>에서 술집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대화와 행동은 한 편의 멋진 코미디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을 참고해 보낸 문장은 모든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는 자살한 딸에 대한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저승에서 다룬다.

이 단편 역시 엄마의 마음을 극단적으로 잘 담았다. 많은 엄마들이 이럴 것이다.


<친구>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누가 내 머리에 돈 쌌어>는 자신의 절박한 현실과 그의 친구와 엄마의 행동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멍청한 악마>에 나오는 이야기는 현실에 대한 씁쓸하지만 멋진 블랙 코미디다.

<복수심의 크기>는 내가 가끔 잡아 먹히는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커튼 너머의 세상>은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감정 일부를 잘 엮었다.

<위로가 힘든 사람에게>는 나에게도 적용된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일대기>는 자살의 감정과 현실적 판단 사이의 문제를 판타지로 풀었다.

나도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단편집의 많은 이야기들이 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흔하게 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온다.

어떤 단편은 sf소설, 어떤 단편은 판타지, 어떤 단편은 우화 등이다.

다양한 상황과 경우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삶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글을 적으면서 떠오르지 않았던 몇 편도 이 글을 쓰면서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각박하고 힘들고 무거운 현실에서 누군가는 이런 희망으로, 도움으로 살아갈 것이다.

반전에 놀라고, 현실에 눈물 짓고, 되돌린 발걸음에 희망을 느끼고, 훈훈한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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