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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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하고 익숙해서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출간 소설 목록을 검색하면서 낯익은 제목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집에 분명히 있는 것을 봤고, 읽은 것 같은데 인터넷 서점에 서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끔 이런 작가들을 만나면 검색으로 시간을 상당히 쓴다.

힘들게 여러 인터넷 서점을 뒤지면서 겨우 한두 개 발견한다.

점점 게을러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있는 시점이라 한 번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읽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이다.

작가 이름과 무호적의 아이를 다룬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호적 없이 살아가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오지의 동네라면 이해하겠지만 현대 일본이다.

부모가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이 아이 렌지를 낳은 부모는 무책임하다.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다.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엄마는 호스티스, 아빠는 호스트다. 자신들의 욕망에만 충실하다.

늦은 밤 아이는 홀로 유흥가를 돌아다닌다. 겨우 다섯 살이다.


현재로 시작해서, 과거로 흘러간 후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현재는 2016년 나카스 파출소로 재발령난 히비키의 시선이다.

이곳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지만 돌아왔다. 그리고 패싸움 현장에서 낯익은 청년을 본다.

바로 생각나지 않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한밤중의 아이 렌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과거 처음 나카스 파출소에 신입 발령난 후 렌지와 만나게 시점으로 넘어간다.

히비키는 이 아이에게 호적을 주고,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어 한다.

아동종합상담센터에 가지만 그 결과는 시원하지 않고, 구청이나 법무국으로 넘겨버린다.

구청에 가도 툴툴거리기만 할 뿐이다. 법무국에 갈 시간도 열정도 이 즈음에는 없다.


히비키가 하나의 관찰자이자 관여자라면 렌지는 자신의 삶이다.

밤의 나카스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굶주림으로 히비키에게 밥을 얻어먹는 장면이나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장면은 짠하다.

방치와 학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렌지에게 동네 친구가 생긴다.

강에서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면서 살아가는 어른 겐타, 같은 또래의 친구 히사나.

특히 히사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렌지에에 강하게 끌리고, 그의 삶을 옆에서 도와준다.

겐타는 렌지의 아버지가 엄마의 남편에게 폭행당해 문제가 생겼을 때 집을 빌려준다.

이런 친구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렌지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16살 소년이 되었을 때 그가 처음 선택한 직업은 호스트다.

이전 아버지의 직업에 영향을 받았다. 초보에게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르고, 잘 생기고, 묘한 매력은 그를 넘버원으로 만든다.

그의 성공은 엄마 아카네가 다시 돌아오게 한다. 이 귀환은 그에게 독이 된다.

호적에도 올리지 않은 자식의 성공에 자신의 가짜 고생을 덧씌운다.

아들의 돈으로 다른 호스트 클럽으로 달려가 그 돈을 탕진한다. 삶은 불합리한 것으로 가득하다.

렌지가 호스트 클럽을 그만 둔다고 할 때 보여준 행동은 너무나도 낯익은 장면이다.

너무 흔한 거짓말과 위선과 협박과 동정을 바라는 말과 행동으로 가득하다.


소설이 히비키의 시점에서 렌지로 넘어간 후 더 가독성이 좋아진다.

어린 시절 나카스 신여를 탄 경험과 자란 후 신여를 맨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게 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와 연대를 맺게 한다.

렌지의 시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히비키는 조금씩 조금씩 나온다.

히비키의 약혼녀가 일하는 아동보호소와의 관계도.

이 보호소 아이들은 모두 엄마 등이 나카스의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다.

렌지는 이런 최소한의 보호와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이다.

읽으면서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관계나 시선을 확장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아주 조금 이해된다.

단순히 내용만 요약하면 어둡고 무거울 것 같지만 아니다.

렌지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선의와 관심과 상황이 결코 어둡고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잠시나마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법의 사각지대는 생각보다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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