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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잡학 사전 - 음식에 녹아 있는 뜻밖의 문화사
윤덕노 지음 / 북로드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처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때 맛있는 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방송에 나오는 집들이 당연히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나의 미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착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면서 맛집이라는 곳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집들을 자주 간다. 맛집에 대한 책도 아닌데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음식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은 정확한 유래가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몇몇은 목적을 가지고 기원에 대한 분쟁이 붙기도 하고, 몇몇은 하나의 상표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책이다. 각 장마다 음식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역시 가장 많이 말해지는 국가는 중국이다. 방대한 땅덩어리와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나라답게, 책상 빼고 다리 넷 달린 것은 모두 먹는다는 중국답게 책 속에 나오는 음식들이 중국과 관련이 있다. 직접적인 유래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와 관련한 부분을 생각하면 경유지로 혹은 원류로 관계가 있다. 가끔 산해진미라는 단어와 더불어 중복된 문장이 나와 약간의 혼돈을 심어주기도 하였지만 역시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다루어진 음식들은 사실 한 두 번은 누구나 들어보거나 먹어본 것이다. 물론 캐비어 같이 고가의 음식은 서민이 먹기는 거의 힘들지만 저자는 대상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도 많지만 처음 듣는 것과 잘못 알고 있던 음식에 대한 상식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샴페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상적으로 술의 한 종류로 알고 있던 것이 화이트 와인의 생산지를 나타내고, 상표권을 가진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더 정확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사시미의 유래에 대한 것과 랍스터에 대한 것은 약간은 생소한 것이지만 역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샌드위치에 대한 것 중 사람이름으로 여태 알고 있던 것이 지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우가 정력과 관련된 유래가 있다는 것은 이런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비록 이 책이 풍부한 그림이나 사진이 없어 기억을 더듬거나 상상만으로 그 음식을 되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말 그대로 잡학사전으로써의 위용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역시 정확한 유래와 원조를 알기 어려운 점을 보고 얼마 전 두유 때문에 일어난 중국의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음식은 시대와 문화가 만나면서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베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사람의 교류는 음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음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지금 이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의 우리 조상들보다 얼마나 축복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이젠 가끔 음식들을 먹다보면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으로 약간은 복잡하고 즐거운 식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