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 BIFF 부산스토리마켓 IP 선정작이다.

영상화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하는데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너무 짧은 시간이긴 하다.

소설의 가독성을 생각하면 영상화되었을 때 과연 어느 정도까지 그 재미가 보장될지 궁금하다.

소설 한 가운데 한 가정의 주부인 정화를 놓고, 그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정에 무심한 남편과 두 명의 자식을 둔 그녀의 삶을 천천히, 하지만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읽다 보면 과연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이 의문과 달리 정화를 둘러싼 삶은 먹먹하고 외롭고 힘들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위험이 처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대응은 생존의 몸부림이다.


22평 전세 아파트에 정하는 살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마다 60평형에 사는 사모님을 마주한다.

그 사모님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감시하듯 주시한다.

딸 하원과 아들 상원을 키우고, 남편은 매일 늦게 들어오고 가정에 무관심하다.

어느 날 밤 늦게 들어온 남편 원우가 피를 잔뜩 묻히고 집에 들어온다. 부러진 칼도 같이.

남편이 욕실에서 열심히 씻고 빨래를 하지만 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이 장면을 본 그녀는 다음 날 락스를 사와서 욕실을 청소하고, 빨래를 빤다.

무능한 남편은 자신의 흔적을 너무 많이 남긴 채 회사에 갔다. 그 나머지 처리는 정화의 몫이다.


갑자기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집에 들어온다. 이상한 일이다. 불안하다.

그러다 치킨집 살인사건이 뉴스에 나온다. 정화는 남편이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아이들을 살인자의 자식으로 만들 수 없다.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남편이 출근한 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사라졌다.

바로 신고하지 않고 며칠을 보낸 후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의 의심을 사기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남편이 지방에서 돈을 인출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화에 대한 의혹이 사라진다.

어느 날 60평형 아파트에 사는 남자가 아들 우성이 상원에게 치킨을 사준다. 왜?

그리고 그녀를 감시하듯 보던 우성의 아내인 60평형 사모님이 죽는다.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던 남편의 실종은 아내 정화의 삶을 아주 힘들게 한다.

두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그녀에게 은근히 다가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성이다.

분명히 우성과 남편의 실종은 연관성이 있다. 둘은 어떤 관계인 것일까?

그리고 정화가 어떻게 원우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가 나온다.

특별한 사랑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에 원우의 소설 같은 일기가 나오면서 이 부부의 진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녀가 왜 이런 삶을 그대로 유지하는지 의문이다. 정말 나쁜 놈이다.


작가는 짧은 시간 동안의 삶을 다루지 않는다.

남편이 사라진 것과 그 원인을 끝까지 파고들지 않고 정화의 삶을 보여준다.

시간이 10년 이상 흐른 후 현재를 보여준다. 그 집에서 여전히 두 자식과 함께 산다.

오랜 세월 한 아파트에서 고인물처럼 그녀가 살았다. 살짝 우성이 그 곁을 지킨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정화는 우성의 아이들 반찬을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다른 집과 함께 만들었지만 그 집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면서 그녀만 만든다.

정화에 대한 우성의 점진적인 행동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은 마지막에 하나씩 풀린다.

그 속에는 사랑과 결핍과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정화가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들려줄 때 어른이 해야 할 일이 생각난다.

그녀가 정확하게 자각하는 순간은 아들 상원이 아빠처럼 사라졌을 때다.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 엄마와 엄마를 학대하고 빨아먹는 외가 식구들.

강한 의지로 자식을 위해 자신을 강하게 세워야 하는데 정화의 엄마는 그것을 못했다.

정화가 남편의 살인에 왜 그렇게 강하게 두려움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의문이었던 우성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단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의문인 우성의 정체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강한 흡입력으로 나를 당기지만 곳곳에 묻어둔 의문과 충분히 납득할 수 업는 상황은 조금 아쉽다.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행복한 삶을 펼치려고 하는 정화를 본다.

그 미래가 꽃길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길 바란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