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마리 가지고 싶다

테메레르 1 - 왕의 용 ㅣ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재미있다. 나는 판타지도 전쟁 소설도 좋아한다. 역사소설도 좋아한다. 이런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소설은 더욱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소설이다. 용과 대체역사소설이 잘 결합하여 재미를 준다. 무겁지 않고 약간 가벼운 감이 있지만 쉼새 없이 몰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오고 쉽게 빠져들게 한다. 단 아직 전개부분이라 그 완성도가 아주아주 조금 부족하다는 점 외에. 다음 편이 나오면 아마 더욱 빠져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것은 용의 알에서 시작한다. 적의 배를 공격하여 점령한 곳에 용의 알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용의 알이니 전리품으로 최고의 것이다. 하지만 알이 부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군 대령 로렌스는 용의 비행사가 되면 배를 떠나야 하고 제대로 된 가족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용은 그를 선택한다. 동양에서 온 신비하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용 테메레르. 이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감을 나누고 세상의 누구보다도 끈끈한 연대감과 애정으로 묶여있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 중 하나다.

용의 비행사라고 하지만 이미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드래곤 라이더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 거대한 용을 타고 싸우는 존재가 나에겐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대체역사를 끌고 들어와서 용이 비행기처럼 운용되는 점이다. 편대를 이루어 날면서 다양한 전술 훈련을 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개별적인 공중전을 펼친다. 이때의 긴박감은 소설의 백미로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거대한 용들의 싸움과 그 위에 올라탄 병사들간의 전투는 손에 잡힐 듯하면서 빠른 진행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다양한 종류의 용들은 사실 정확한 모양을 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이미지들이 나에게 그대로 인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빨리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다양한 종류의 용들과 더불어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현대와 비교하여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공군 조종사는 어린 시절 빨간 마후라라는 멋진 비행사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환상이 없다. 공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용을 가져 조종사가 되고 싶어하지만 알에서 부화하는 정확한 시기를 알기도 어렵고 알도 많지 않다. 알에서 태어난 용은 자신이 조종사를 선택하는데 이 부분도 역시 많은 소설에서 보았지만 재미있는 대목이다. 작가가 이런저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 변수의 첫 번째가 로렌스 대령이었지 않은가!

재미, 속도감, 몰입도가 높은 책이다. 판타지와 대체역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다룬 소설이다. 시리즈의 초반이라 설정에 많은 공을 들였고, 영국 측에 치우친 시각으로 일이 진행되다보니 약간 긴장감이 줄어드는 대목도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를 계산하고 쓴 것인지 아니면 첫 소설의 성공으로 시리즈로 기획된 것인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온 시리즈의 다른 부분이 큰 즐거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책의 마지막에 가서 역사의 변수 하나가 나오는데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서양판타지의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와중에 내가 즐겨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나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