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지키는 아이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김정화 옮김 / 꿈꾸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를 정확하게 인지한 것은 역시 <전천당> 시리즈였다.

책은 아이가 빌려와도 보지 않았지만 애니는 가끔 같이 봤다.

하지만 그냥 보통의 어린이 판타지 작가 정도로 생각하고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은수를>을 읽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베스트셀러인 <전천당>까지 관심이 갔다. 애니도 더 집중해서 본다.

그러다 새롭게 나온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보통의 판타지에서 신을 지키는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 아이는 아니다.

그런데 ‘신을 지킨다’는 말에 문제가 있다. 전능한 신을 누가 지킨다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기독교 같은 종교에서는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은 수억의 신이 존재하는 나라다. 한국도 수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이런 신 중 하나가 위험에 처했다면, 다른 신들에게 위협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도 완전하게 절대적이지 않지 않은가.

읽기 전부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서장에서 한 가문의 풍요를 가져다준 신을 구속한다.

그리고 한 소녀가 거대한 부를 가진 아고 가문에 들어온다.

소녀의 이름은 치요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마을 촌장에게 샀다.

그 목적은 이 가문이 봉인하고 있는 신, 아구리코의 저주 기운을 낮추기 위해서다.

신을 봉인하면서 가문의 부가 점점 더 융성해졌다.

하지만 신의 저주는 가문 사람들의 생명에 위협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연은 소설 중반 이후에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처음 치요가 결계가 처진 곳에 들어갔을 때 신은 아름답지만 무서웠다.

신의 흉포한 기세에 놀라 도망치듯이 나온다.

가주의 둘째 아들 헤이하치로는 치요에게 술을 주면서 마시게 하라고 강요한다.

보호신이 마시지 않으면 치요에게 폭행을 가한다.

보호신은 자신의 이름을 아구리코라고 말하고, 조금씩 술을 마시고, 마음을 연다.

신이 술을 마시면서 아고 집안의 살이 조금씩 누그러진다. 그들이 바란 것이다.

가문의 살이 누그러지자 치요에 대한 처우도 좋아진다.

하지만 치요는 아고 가문의 비밀을 듣고 난 후 생각이 바뀐다. 아구리코의 탈출을 돕고 싶어 한다.

이 과정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의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


작가는 아고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룬 부가 아니지만 이 부를 더 불리고 유지하기 위해 도와준 신을 가둔다.

갇힌 신의 분노로 가문의 후손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아이를 사서 방패막으로 내세운다.

가문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가문의 사람들도 처벌한다.

잔인하고 끝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보호신의 저주 때문에 자신들의 삶도 갇히게 되지만 탐욕은 멈추지 않는다.

간결하고 소소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야기가 재밌다.

이 작가는 인간의 탐욕을 그려내고 풀어내는데 정말 실력이 뛰어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